[TF이슈] 여의도로 가는 법관들 …"중립성 훼손" vs "정치적 자유"
입력: 2020.01.17 05:00 / 수정: 2020.01.17 05:00
최근 퇴직한 최기상 전 판사.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최근 퇴직한 최기상 전 판사.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냉각기 거치도록 제도화해야" 비판…"공무수행-정계입문 달라" 긍정론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현직 판사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에 도전하기 위해 잇달아 사표를 제출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현직 법관이라는 점에서 잡음이 크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수진(52·사법연수원30기)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주일도 채 안된 13일에는 최기상(51·25기) 북부지법 부장판사, 15일엔 장동혁(51·33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퇴직했다. 당초 이 부장판사와 최 부장판사는 더불어민주당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고, 장 부장판사는 자유한국당에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성' 의심…"제어 장치 필요"

며칠 전만 해도 법복을 입던 부장판사들이 정당 영입설의 주인공이 되는 모습에 법원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현직 법관의 총선 출마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미 재판을 심리하면서 특정 정파와 접촉해 왔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국민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자유가 있고, 정계에 입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관은 같은 공직자들과도 차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결에 판사의 심증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관 역시 헌법상 정치적 자유를 지닌 국민이지만, 공정한 법적 심판을 내리는 위치인 만큼 무분별한 '여의도행'은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9일 현직 법관이 바로 청와대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퇴직한 지 2년이 안 된 법관의 대통령 비서실 직위 임용을 금지했고, 반대로 청와대 소속 공무원이 퇴직한 뒤 3년간 법관으로 임용되지 못하도록 했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한창 재판을 심리할 현직 부장판사들이 총선 도전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신속한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길 우려는 물론, 재판을 정계 입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며 "국회도 입법 기관이라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이 많이 몰리긴 하지만, 해외 사례를 봐도 법복을 벗자마자 국회의원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냉각기를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남용희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남용희 기자

◆판사도 '정치적 자유권' 있다…"확대 해석 말아야"

헌법이 규정하는 정치적 자유권을 고려할 때 법관이 정당에 영입된 것만으로 "사법부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입법발전소)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이란 재판 심리와 같은 공무 수행에서 편향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법관의 정계 입문만으로 사법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해석은 지나치다"며 "사직을 한 이유가 정치적 결사인 총선 출마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한다면 이는 한 국민의 정치적 자유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했다.

사표를 던진 법관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전향한다는 점도 비판에 앞서 생각해 볼 문제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직 법관이 감사원장 등 대통령 직속 기구의 장으로 가는 건 사법부 중립성에 해롭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당시 대통령, 정권 입맛에 맞게 움직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회의원처럼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중대한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로 (현직 법관의 총선 출마를)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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