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킹피해를 당한 배우 주진모. /더팩트 DB |
진위 확인 안 된 SNS 대화 유포와 낙인..."남녀 떠나 기본권 성찰해야"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다 털렸으면 좋겠긔. 고소할꺼긔? ㅋㅋㅋ 해커님 감사하긔'
최근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입은 배우 주진모를 두고 '2차 가해' '온라인 마녀사냥' 논란이 일고 있다. 주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대화 중 자극적 내용이 무차별 유포되면서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관계자 가족에게도 피해가 확산 중이다.
특히 대형 '여초카페' 게시판을 중심으로 지난 주부터 이 사건 관련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 아래로 'XX카르텔 쳐부숴버려', '이래서 한남XX들은 살려두면 안 된다는 거야', '승리 늙은버전 늙리'라는 또 다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민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도 지난 10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주진모씨, 편안한 저녁 보내고 계시는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언론은 실시간으로 이들의 언어와 사람들의 반응을 기사화했다.
공지영 작가는 이런 기사 가운데 하나를 자신의 SNS 계정에 공유하며 "애써 올라간 성공과 부의 끝이 고작! 강경대응 해주세요"라는 글을 적었다.
공지영 작가./ 더팩트 DB |
주씨를 비난하는 쪽은 해킹·협박 피해보다는 SNS 대화 내용을 더 문제삼는다. 여성혐오를 당연시하는 문화의 폐해가 더 압도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서승희 한사성 부대표는 1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성이었다면 그런 식(주진모 관련 지라시)의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성적 대상화나 성매매 등이 남성들에게는 지금까지 당연했을지 몰라도 이제 우리 여성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씨 등 일부 연예인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놓고는 "그런 건 2차 가해가 아니다"며 "오히려 피해자로 추정되는 많은 여성들이 노리개감으로 품평당하는 2차 가해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이 이런 문제가 공론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강력한 남성문화가 존재한다"며 "그 대화를 보면 여성들을 세뇌시켜서 성매매를 하는 듯한 내용도 나오는데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형 여초카페인 '여성시대'의 초기 멤버인 김모(33) 씨 역시 서 부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김 씨는 "아마 여자 연예인이었으면 다 털려서 지금 이 세상에 없을 지도 모르는데 주씨는 떳떳하게 잘 있지 않느냐"며 "어떤 의미로 보면 그 해커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악'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디지털 시대에 휴대폰 해킹은 피해자가 누구든 무차별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중대 범죄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해킹 가해자와 해당 내용의 진위 확인을 위한 수사에 들어간 단계다. 공인과 그 가족이라도 섣부른 여론재판과 사회적 낙인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먼스플레인' 저자 이선옥 작가는 "이 사건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주씨와 주변인물이며, 일부 언론과 여성단체의 캡처화면 유포가 오히려 이들과 대화 속 여성들에게 2차 가해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전에 성폭행·강간·성매매범의 낙인을 찍고, 다른 성범죄 사건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은 부당한 운동방식"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비판의식 없이 받아 쓰는 언론이야말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적 영역의 노출은 디지털시대에 모두가 취약한 범죄영역이자 시민들 모두의 기본권 문제"라며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의 개념을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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