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취임사 "검찰권 절제·민생 업무" 강조…박찬호 제주지검장 "검찰개혁 적극노력"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경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검찰의 임무"라며 "경찰을 형사절차의 협력과 동반자로 확실히 인식하자"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1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본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등 검찰을 둘러싼 형사절차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검장은 "검찰이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몇 가지 당부한다"며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민생 관련 검찰 본연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이는 검찰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최근 제정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해 새로 도입된 법령을 준수해 인권 보호 수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또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맡겨진 중요 업무는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 수사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한정된 서울중앙지검 수사 역량을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정비하기 위해 보고 절차와 형식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축소하겠다"고 전했다.
또 "형사부 전문화와 인권호보를 위한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의 모색 등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권보호와 공정수사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 실현을 위해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지검장은 오전 첫 출근길에는 소감을 포함, 현 정권 수사 차질 우려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찬호 신임 제주지검장이 13일 제주지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뉴시스 |
대검 차장에서 이날부터 자리를 옮긴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별도 취임식을 생략한 채 주요 간부와 인사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에서 전보된 박찬호 신임 제주지검장은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이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바람과 기대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앞으로도 검찰개혁을 위해 적극 노력하자"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특히 "국가권력에 국민의 생명이 침해된 제주 4·3에 더 정성을 쏟고, 제주 도민에게 직접 고통을 주는 범죄 대응에도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 전문이다.
<취임사>
서울중앙지검 검찰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곳 서울중앙지검은 제가 1994년 초임검사로 검사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곳이고, 2010년 부장검사로서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추억이 깃든 서울중앙지검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탁월한 경륜과 리더십으로 훌륭하게 청을 이끌어주신 전임 배성범 검사장님께도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검사장으로 임명되어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고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여러분, 검찰은 지금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그 시행을 앞두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등 검찰을 둘러싼 형사절차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 예상됩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검찰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의 선후배들이 고민해온 숙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검찰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검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합니다.
저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검찰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인권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이고, 오랜 기간 우리 검찰이 표방하여 온 최고의 가치입니다.
검찰권 행사의 목표와 과정도 이러한 국민들의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해져야 합니다.
일선 수사현장에서 국민들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를 잘 경청하고, 국민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수사를 해 나갈 때, 비로소 인권이 진정으로 보호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합니다.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루어져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제정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 수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여 인권 보호 수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로, 민생과 관련된 검찰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맡겨진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건 하나 하나가 중요 사건이고 허투루 취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형사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서울중앙지검 검찰 가족 모두가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역량을 현안수사는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민생과 직결된 사건에도 투입하여,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보고 절차와 형식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축소하여 검찰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자유롭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조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직원 여러분께서도 능동적인 자세로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셋째, 형사부 전문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의 모색 등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는 역할과 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고품질의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로 형사부를 비롯한 검찰 각 부문의 전문화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검찰이 국민의 인권 보호와 공정한 수사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을 모색해야 합니다.
경찰을 형사절차의 협력과 동반자로 확실히 인식하고, 경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검찰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겠지만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동료로서 서로 사랑하고, 소통하며, 화합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나갑시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구성원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직원 모두 서로 이해하고, 좋은 말로 칭찬해 주며,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나누면서 행복한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서울중앙지검 검찰가족 여러분, 검찰 내외의 환경이 엄중하고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부터 각오를 새로이 하고 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우리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이 성 윤
happ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