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판결' 유해용 무죄…"혐의 증명 안돼"
입력: 2020.01.13 11:07 / 수정: 2020.01.13 15:45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재판 기록 등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 제출 증거만으로 유죄 판단 어렵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법원 자료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등에서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이 과정에서 하급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하급자에게 의무에 없는 문서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사 시절 다룬 재판 자료를 반출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며 사건 수임에 활용했다는 혐의(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개인정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판사 생활을 끝내고 변호사로 개업하며) 개인소지품을 들고 나왔는데 재판 자료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라며 "이를 법률에서 금지하는 보관과 유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이를 자신의 변호사 업무에 이용하려는 범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판사 시절 다룬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역시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는데, 해당 법률 입법 취지와 피고인 이력, 해당 사건 전개 경과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취급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유 전 연구관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여러 번 주장했다. 검찰 수사는 표적·과잉·월권수사였고 피의사실 공표까지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수사과정이 위법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점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 전 연구관의 혐의가 수사 중 알려진 내용이 있더라도 공무상비밀누설죄를 특정할 정도는 아니다. 피의사실 공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검찰청 '포토라인'이 피의자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에도 "국민 알 권리 실현과 인권 보호를 도모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형성됐고, 포토라인 설정에 수사기관 개입도 없었다"고 봤다.

대법원 자료를 불법 반출, 파기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대법원 자료를 불법 반출, 파기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청와대 등 제3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소송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 대법원 재판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유 전 연구관은 최후진술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결백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난날 허물에 대한 인과응보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68)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특허등록 무효 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 측에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 뒤 반출하고, 대법원 재직 시절 다뤘던 상고심 사건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수임한 혐의 등도 받았다.

재판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수차례 눈을 질끈 감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유 전 연구관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 주신 재판부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정직하게 살겠다"고 전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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