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MB 최후진술 "검찰, 사람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든다"
입력: 2020.01.09 00:00 / 수정: 2020.01.09 00:00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변호인 "법률가 양심 걸고 무죄"…검찰 구형은 징역23년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호소했다. 땀을 닦아가며 2시간 넘게 선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 강훈 변호사의 최후진술, 최후변론 이야기다.

1년을 넘긴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선고만을 남겨뒀다. 이날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는 항소심 재판 내내 말을 아꼈던 이 전 대통령도 직접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옥살이는 참아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모독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률 대리인이자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강훈 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 역시 열변을 토하며 이 전 대통령을 위한 최종변론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5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의 50차 속행 공판이자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으로 소설 같은 범죄를 저질러 스스로 국민을 대표하길 포기했다"며 징역23년에 벌금 320억 원, 추징금 163억여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 추징금 111억여 원을 구형한 것과 비교하면 더 무거운 형량이다.

맞은편에서 검찰 구형 의견을 듣던 이 전 대통령도 재판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3월 증인대에 서 불리한 증언을 이어가던 이학수(74)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욕설을 읊조려 주의를 받은 뒤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관련 혐의를 포함해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9400자에 달하는 최후진술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A4 용지 수십 장을 손에 든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이 다스 미국소송 비용을 대납하는 형태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는 "삼성은 에이킨 검프(미국 로펌)에 4년간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며 양측 모두 공식 회계처리를 했다. 어느 대기업이 뇌물을 월급처럼 매달 장부 처리를 하고 공개하냐"고 말했다.

다스를 실소유한 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공소사실에도 "10년 전 이미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받았다. 저는 그때 야당 의원이었다"며 "그때도 결론은 다스 소유권이 저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을 갖게 됐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돌려 검사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 억울한 옥살이는 참을 수 있지만 제 삶,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억울한 모독은 참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퇴임을 엿새 앞둔 2013년 2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연설을 마친후 감정이 격해진듯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퇴임을 엿새 앞둔 2013년 2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연설을 마친후 감정이 격해진듯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며 인연을 맺은 강훈 변호사는 꼬박 2시간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을 위한 '마지막 변론'을 했다. 강 변호사 역시 검찰 조사를 고문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우리 법률은 고문을 금지하고, 고문에 의해 얻은 진술 증거능력 자체를 부인한다. 고문이 아니라도 노인인 사건 관계자들을 밤샘조사해 얻은 진술만으로는 유죄로 판단할 만한 신빙성이 없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2018년 기소 전 검찰 수사 단계부터 이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를 맡은 만큼 2년 여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대통령과 사건 관련은 물론 세상 이야기 등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통령은 부하직원이 지은 죄라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더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속마음이 바로 얼굴 표정에 드러나는 성격이시다. 저도 법조인이 된 지 35년이 지나 어느 것이 진실인지 판단할 능력이 생겼다"며 "피고인의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법률가로서 양심을 걸고 말합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을 지낸 피고인 이명박은 무죄입니다"라고 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79)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8년 3월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더팩트DB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79)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8년 3월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더팩트DB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며 비자금 약 33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B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 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지난 2018년 4월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이 중 다스 비자금 246억 원 등 7개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양측의 항소로 지난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항소심에서 검찰은 삼성의 소송 대납 비용을 51억 원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적용함에 따라 혐의 액수는 총 119억3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 전 대통령의 2심 선고기일은 2월 19일 오후 2시5분으로 지정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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