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병원장 대가로 600만원?…조국 '장학금 뇌물죄' 인정될까
입력: 2020.01.08 05:00 / 수정: 2020.01.08 05:00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직무관련성·​​​​​​​대가관계 입증 치열한 다툼 예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을 12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넣은 죄 중 가장 무거운 게 뇌물죄다. 뇌물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최고 5배의 벌금에 이른다. 지난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무렵 불거졌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의혹이 포함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첫 재판이 29일로 잡히면서 법원이 '장학금 뇌물'을 어떻게 판단할지 이목이 쏠린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29) 씨가 노환중 현 부산의료원 원장, 당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양산부산대병원 원장에게 받은 총 1200만원의 장학금 중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지급된 600만원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노 원장이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영향력으로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에 도움을 받고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을 위해 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해당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조 전 장관에게 뇌물수수, 노 원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127조에서 규정하는 뇌물죄란 공무원 등이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법이 인정하지 않는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다.

뇌물 범죄 성립을 위해서는 △직무관련성 △직무에 관한 대가관계 입증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돈을 받지 않았는데도 직무와 관련성이 입증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 판례도 있다. 지난 2014년 유창무 당시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원자재 수출입이 주력 산업인 회사 STX 측이 아들의 장학생 선발을 요구해 기소됐다.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유 전 사장은 이듬해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단을 유지해 형이 확정됐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언론 간담회에서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수혜 목록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9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언론 간담회에서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수혜 목록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과 부산대 병원장 사이 직무 관련성은 어떨까. 검찰은 공소장에 "대통령 등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및 직무감찰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고 수차례 명시했다. 고위 공무원 특성상 뇌물죄 성립요건인 직무관련성이 넓게 인정된다는 논리로 보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재판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직무 범위가 비교적 넓게 인정된다"면서도 "엄연히 대통령 친·인척 비위와 고위 공직자 직무 감찰 등 담당 업무가 한정된 민정수석의 직무 범위를 국회의원처럼 만능에 가깝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가관계 입증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노 원장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2017년 5월경 축하 문자를 보내며 "2년 더 양산부산대병원장으로 재직하게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검찰은 이 말을 청탁이라고 주장한다. 노 원장이 분원인 양산부산대병원장을 넘어 부산에 있는 본원 병원장 자리를 뜻에 두고 조 전 장관에게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의 직무와 부산대 병원장 사이 관련성이 미미하다면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위법한 이익을 취하는' 뇌물죄 법리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법원이 명시적 청탁이 아닌 묵시적 청탁까지 인정하는 경향을 고려해도 공소사실상 노 원장 행위를 '청탁'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직무에 관한 대가가 오갔다는 중간과정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법원에서 장학금을 뇌물 범죄로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실제로 노 원장이 지난해 1월 부산대 병원장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점 등을 볼 때 대가성 입증은 좀 더 다퉈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민정수석은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 등으로 임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어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장학금 지급 대가로 노 원장이 부산대 병원장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또 이를 뇌물 대가로 볼 수 있을지는 재판 과정에서 다퉈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12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12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남용희 기자

비록 공소가 제기된 기간은 아니지만 노 원장이 딸 조 씨에게 처음으로 장학금을 지급한 시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원장은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6년부터 6학기 동안 조 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검찰은 비교적 직무 범위가 넓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딸 조 씨가 지급받은 장학금 600만 원만을 혐의액으로 특정했지만, 법원에서는 노 원장이 최초로 장학금을 지급할 당시 경위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장학금 지급이 아직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지도 않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노 원장이 자신처럼 대학교수에 몸담고 있던 조 전 장관에게 어떤 직무에 관한 대가성을 바라고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 같은 사건이고 연속선상에 있는 행위를 특정한 시점만 분리해 기소하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부 역시 조국 전 장관이 아직 교수였을 시절부터 장학금 지급이 시작됐다는 점을 비춰 뇌물 혐의를 심리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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