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추미애의 일성 '줄탁동시'…검찰 향한 뼈있는 애드리브
입력: 2020.01.03 18:23 / 수정: 2020.01.03 18:24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배성범 중앙지검장·한동훈 반부패부장 등 수사지휘부 앞 박수 유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추미애 신임 법무장관이 3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추 장관은 이날 취임사 중 직원들의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는 등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추 장관은 준비된 원고를 소화하던 중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가 포함된 문장을 읽은 직후 이를 국민과 검찰, 법무부에 빗대 즉석에서 풀어내는 '애드리브'를 구사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1동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 67대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선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대로 취임사를 하던 추 장관은 갑자기 "밖에서 알을 깨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겠냐. 바로 국민이다. 그리고 안에서 알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사람은 누구겠느냐. 검찰 조직이 아니라 각 검사들이고, 법무부 조직이 아니라 각 법무부 가족이다"라며 '줄탁동시'의 의미를 이날 취임식에 맞게 즉석에서 풀어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과천=이덕인 기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과천=이덕인 기자

추 장관은 전날(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환담 자리에서도 "명의가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은 명의가 아니듯 마구 찔러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검찰이 신뢰를 얻는게 아니다"라며 검찰의 최근 수사 행태를 '명의'에 빗대 지적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이후 다시 원고대로 "저부터 성공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한 분, 한 분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국민이 바라는, 성공하는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그래서 여러분 잘 부탁드리겠다"라며 추 장관이 예정에 없던 말을 한 뒤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자 "이제 박수치셨으니까 약속한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추 장관의 박수 유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들은 조직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공복의 자세'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이 존중받는 편안한 나라,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를 위해 법무 가족 여러분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고 말한 직후 참석자들에게 "제가 부탁드렸는데 박수 안 치시나"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추 신임 장관은 "조직 내 특권의식을 배제해 개개인이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법무행정 조직내부 쇄신을 통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이것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제 저도 한 식구가 됐다. 잘 받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새 가족으로서 인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옆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참석자들을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며 머리를 쑥여 인사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이날 취임식에는 검찰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조국 전 장관 취임식 때와는 확연히 대조를 이뤘다.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해 김영대 서울고검장, 김우현 수원고검장, 양부남 부산고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조 전 장관 수사와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과 조상준 형사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간부 다수도 참석했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통상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관례에 따랐다.

조 전 장관 취임식에는 검찰 측 검사장급 인사로 김영대 서울고검장만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취임식을 간소화하자는 장관의 뜻이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조 전 장관 전임이었던 박상기 전 법무 장관의 취임식에는 봉욱 대검 차장과 박정식 반부패부장, 윤웅걸 기획조정부장,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현 총장 등이 참석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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