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조국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죄' 성립하려면
입력: 2020.01.03 05:00 / 수정: 2020.01.03 05:00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법무부장관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법무부장관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도덕적 비난 넘어 형사재판까지 넘길 일인지" 비판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수사 127일 만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을 12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중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다니던 아들 조 모(23) 씨 대학 시험을 대리로 치러줬다는 업무방해죄를 두고 논란이다. 일반 시험과 달리 자료를 참고할 수 있는 오픈북 형태 시험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조 전 장관 부부의 행위가 범죄로 성립하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2019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8월 27일 전방위적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나선지 127일 만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조 전 장관의 아들 조 씨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관점'(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을 수강 중이었다. 같은 해 10월 31일 조 씨는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내일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연락했고, 아들의 연락을 받은 조 전 장관 부부는 온라인 시험 시간에 맞춰 대기하다 대신 문제를 풀어 아이메시지(I-message)로 답을 보내줬다.

검찰은 한 달이 지난 같은 해 12월 5일에도 조 전 장관 부부가 동일한 방식으로 아들의 시험을 대신 풀어줘 총 2차례에 걸쳐 위계로써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성적 사정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법률대리인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즉시 입장문을 내고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 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라며 "이번 기소는 검찰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다. 기소 내용도 검찰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끝에 어떻게 해서든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세정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세정 기자

부모가 해외 대학에 다니는 자녀의 오픈북 시험을 도와준 행위는 업무방해죄로서 형사처벌 대상일까.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다. 공무가 아닌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 행위를 포함한다.

법조계는 공소장에 나온 사실관계만을 놓고 본다면 업무방해죄로 볼 여지가 있지만, 재판에 넘겨 형사처벌까지 받을 만한 사안인지 의문을 보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외부조력 없이 단독으로 시험을 쳐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결론적으로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해당 원칙이 사실이라는 점만 입증되면 업무방해 범죄가 성립된다"며 "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범죄의 경우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매긴다는 시험제도를 침해했다면 범죄로 성립하는데 법적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이 유죄 선고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공소사실상 조 전 장관의 행위로 조지워싱턴대 측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따져봐야하기 때문이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기소로 죄를 따져볼 만한 사안이긴 하지만,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결정할 때는 범행에 따른 피해 정도를 살펴보게 된다. 피의자 행위로 조지워싱턴대의 성적 관리 업무가 중대한 손해를 입었고, 또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따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지워싱턴대에서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벌금형에 그치거나 무죄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 봤다.

검찰은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다니는 아들 조 모(23) 씨의 시험을 대신 풀어주는 형태로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고 본다. 사진은 조지워싱턴대 홍보 영상. /조지워싱턴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검찰은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다니는 아들 조 모(23) 씨의 시험을 대신 풀어주는 형태로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고 본다. 사진은 조지워싱턴대 홍보 영상. /조지워싱턴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법리를 떠나 검찰 수사와 기소에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선택적 수사·기소로 재판에 넘겨 형사처벌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야권 인사의 자녀 입시 비리 등 의혹은 고발장이 8차에 걸쳐 접수돼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점도 비교된다.

김남국 변호사(법률사무소 명현)는 "통상 오픈북 시험은 교과서,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런 시험에서 부모 도움을 받은 것을 지나치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특수부 인력이 달려들어 수사할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기소된 혐의 중 뇌물죄도 논란이 많은데 도덕적 비난에 그칠 문제까지 형사재판에 가져왔다. 이제는 검찰권 남용을 책임질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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