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보수 단체 광화문 집회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법원 안팎 경비 '삼엄' 전 목사는 '당당'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지난해 10월 보수 단체의 광화문 집회에서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광훈 한국기독교통엽합회(이하 '한기총') 목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했다. 경찰 인력 수백여 명이 법원 안팎으로 투입되는 등 경비는 삼엄했지만, 통상 출석 현장과 달리 새해 덕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전 목사 역시 "제 애국 집회를 탄압하지 말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집회시위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전 목사와 이은재 한기총 대변인에 대한 영장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애초 심사는 지난달 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먼저 잡혀 있는 일정 등을 이유로 심문 기일을 미뤄달라는 전 목사 측 요청에 따라 이날로 변경됐다.
통상 영장 심사를 받으려 출석하는 현장은 삼엄함과 긴장감이 감돌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오전 9시께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일대에는 20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여 전 목사에 대한 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소란스러웠다. 약 350명 상당의 경찰 인력이 법원 안팎에 투입됐고, 포토라인이 세워진 법원 출입구는 민원인 출입이 통제됐다.
70여 명의 취재진 역시 평소 피의자 출석 현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법원 관계자와 새해 덕담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웃음이 오갔다.
전 목사 역시 오전 10시17분께 변호인과 지지자 10여 명으로 대동한 채 밝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하늘색 와이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맨 전 목사는 대기하던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 하자 "소속이 어디십니까. 먼저 국민께 말씀드린 후 질문에 답하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전세계와 함께하는 해양동맹에서 빠져나와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 가는 대륙동맹을 구축하려 한다. 이에 대한 국민 저항으로 일어난 현상"이라며 "저도 한기총 25대 대표 회장으로서 나라와 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는 3·1운동부터 국민 저항 운동에 앞장서 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3일 열린 건국 이래 최고 집회에 대해 폭력 집회를 사주했다는 제 죄목은 사실과 다르다"며 "영장 청구 사유로 도망과 증거인멸 우려를 들었는데, 한기총 회장인 저는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을 것이고 제 영상 모두 유튜브에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현명하신 사법부께서 잘 판단하셔서 제 애국 집회가 탄압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 촉구 및 정권 규탄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부인'이라고 말할 바가 아니다. 제가 말한 것 모두 사실"이라며 "심사에서 소명할 사안도 없다. 위대하신 변호사님들께서 와 계시다"라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전 목사와 이 대변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변인은 전 목사보다 약 30여 분 일찍 법원에 도착해 말없이 법정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도록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탈북민 단체 소속 참가자 등 40여 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전 목사는 내란 선동과 기부금품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 목사 등에 대한 영장 심사 결과는 이날 늦은 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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