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남준 위원장 "공수처법 통과, 검찰개혁 시작일 뿐"
입력: 2020.01.02 05:00 / 수정: 2020.01.02 05:00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법무검찰개혁위 출범 100일 앞둬…"경찰에 수사종결권 주고 책임도 물어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2019년 한해 만큼 '검찰개혁'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된 적이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로 진보와 보수세력간 분열 및 갈등은 증폭됐고, 국민들은 촛불혁명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서초동·여의도,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

그간 검찰 제도 개혁 등을 둘러싼 치열했던 논쟁은 지난달(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일단락된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청와대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희망을 보였다. 검찰개혁의 물꼬를 튼 역사적 진전의 순간 검찰개혁에 앞장서 온 김남준 변호사의 소회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기쁨을 만끽하는 대신 벌써부터 후속조치 등을 걱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 설치 법안을 비롯해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만든 법무부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참여에 이어 수사관행 등 구체적 개혁 안건들을 논의하고 있는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 위원장은 "공수처법 통과는 고무적 성과지만 검찰개혁을 비롯한 완전한 법무검찰개혁을 위해선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깨뜨리고 권한 분산을 향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공수처가 초기에 잘 안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이다. 그가 후속 조치 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은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힘의 우열관계로 중요한 부분이 조정이 안될 가능성도 없지않다"며 "공수처를 초기 안착시킬 수 있는 처장이 임명돼야 하는데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력과 의지를 모두 갖춘 사람이 공수처장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다만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를 우려하는 시각에는 단호했다. 김 위원장은 "우려를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들이 있으니 개혁을 할 수 없다며 시작조차 않는다면 더 큰 문제 아니냐"며 "제대로 권력을 주고 철저히 책임을 묻는 체제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각각의 역할을 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개혁이 이뤄지는 날까지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2~3회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매일 아침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효율적으로 일과를 소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9년 9월3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취임 후 2호 지시로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장 취임 3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3개월 됐을 뿐인데 일 년이 지난 것 같다. 너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사실은 처음 (법무·검찰개혁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검찰 개혁 요구가 특별히 이슈가 되진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 전 장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 개혁 요구가 커지고 재점화됐다. 그래서 굉장히 바빴다. (위원회를) 시작하자 마자 바로 일주일에 두 번씩 회의를 한 뒤 권고까지 했다. 지금은 위원회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지만, 초기에는 두번씩 했다. 그러다 갑자기 조 전 장관이 (취임) 2주 만에 그만두면서 장관 직무대행만 있는 상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검찰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출범된 위원회를 운영하느라 저 뿐 아니라 위원들 모두 고생 많았다. 그래서 3개월이 일 년 같았다.

-지난 일이지만 조 전 장관 사퇴를 미리 알았나.

내부적 결정은 물론 됐을 것이다. 다만 핵심부 결정도 이틀 전쯤 된 것 같다. 조 전 장관이 지난 10월 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조직 축소를 위한 개정 등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 11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과제 실행 일정을 10월 말까지로 잡아놨다. 그래서 2주나 먼저 사퇴할 줄은 몰랐다.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월요일마다 위원회 회의가 오후 2시부터 열린다. 1시 40분쯤 한 기자가 '조국사퇴'라고 문자를 보내줬다. 그때까지 저도 몰랐다. 그래서 더 놀랐다.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석달 만에 벌써 11차 권고안이 나왔다. 거의 매주 권고안을 발표한 셈인데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나.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검찰을 수사기관으로 안다. 하지만 원래 검사는 법률가이지 수사관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검사가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형사부나 공판부 쪽으로 조직 운영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또 인사도 기존 반부패수사부 출신 검사 뿐 아니라 형사·공판부 출신 검사들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검찰 조직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데 집중한다. 워낙 검찰이 폐쇄적이고 '기수 문화', '상명하복'이 강한 문화다 보니 조직 운영을 민주화하는 부분을 강조한다.

-위원회 내부적으로 어려움은 없나. 하나의 권고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하다.

두 달간 매주 2회 정기회의를 열었다. 금요일과 월요일에 회의를 하고 주로 월요일에 권고안을 발표했다. 물론 금요일 회의 후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저를 포함해 모두 16명 위원으로 구성됐고, 위원 과반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1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과 같이 국회 입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2기는 대통령령이나 ‘검찰근무규칙(법무부령)’ 하위 법령을 변경하는 조금은 빠른 변화가 가능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모두 외부 위원들로만 구성된 1기와 달리 2기에는 부장검사와 검사, 검찰수사관, 법무부 서기관 등 내부에서 위촉된 4명의 위원이 포함됐다. 실제 검찰에서 일하는 분들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서 내린 결정이다. 간혹 내부 위원들이 조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어떤 령을 고치는 것이 검찰 조직에 효과적인지 등을 즉각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결정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검찰청도 '공개소환 전면 폐지'나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 폐지'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초기엔 그랬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본질적이고 전체를 아우르는 방안은 내놓지 못해 아쉽다. 개혁 의지보다는 언론에 이슈를 던지는 식이었던 것 같다. 내부 집단 논리가 강한 조직이다 보니 쉽진 않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개혁 의지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

-2016년 '국민성장 검찰개혁단장'부터 검찰개혁 선두에 서있다. 특별히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었나.

개인적으로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아 민변 활동도 했고, 우리 사무소(법무법인 시민)에 들어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년 간 일했던 경험 때문이다. 2005년 당시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인권국을 만들었고, 검찰국 외 출입국 관리국, 교정국 등 조직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시절 참여정부는 검찰에 정치적 관여를 하지 않으면 자율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 시스템을 통한 검찰 개혁을 본격화 하려던 시점엔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저 역시도 참여정부 동안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이 정치검찰화를 넘어 관료권력화에 이르는 행태를 보면서 이를 구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과 실무가들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검찰 조직 견제와 권력의 분산이라는 이론적 접근을 시작했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 공수처의 필요성 등의 결론에 도달했다. 시스템이나 구조적 접근을 하지 못한 경험, 실패에 대한 반성이 되려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위원회 권고에도 법무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개혁위 출범 이후 초기 국민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웠던 것 아닐까 싶다. '조국 사태' 때문인데, 당시엔 법무부에서 하는 모든 일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졌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법무부는 김오수 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신하는 직무대행 체제가 됐다. 검사 출신인 김 직무대행이 검찰에 전향적 의견을 밝히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또 관심의 초점이 패스트트랙, 국회로 가다보니 흐름상 개혁위 권고안 발표에 관심이 줄어든 것도 있겠다. 하지만 개혁위 위원들은 이런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차근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는데 집중하자는 분위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민변 출신 김남준 위원장(왼쪽)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더팩트 DB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민변 출신 김남준 위원장(왼쪽)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더팩트 DB

-추미애 후보자가 신임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 검찰개혁에 속도가 날까.

사실 조 전 장관도 검찰개혁을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인데 워낙 입지가 좋지 않았다. 추 장관, 아직은 후보자시니 추 후보자의 경우 실무적인 부분은 잘 모를 수 있지만 검찰개혁 의지는 상당하다고 들었다. 다만 정치인이다 보니 본인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긴하다. 하지만 평소 스타일이 공정을 강조했던 만큼 그러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추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게 될 것이다. 조 전 장관처럼 위원회를 활용해 개혁을 이뤄나갈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독자적 개혁 방안을 가졌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향후 논의로 결정되지 않겠나. 다만 개인적으로는 위원회를 활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당한 전문가로 구성됐고 지금까지 내놓은 개혁안을 보면 핵심을 짚은 안들이 많다. 특히 2기 위원회는 다른 위원회들과 차별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위원회의 문서작업 등 지원은 해당 부처 공무원이 하는데 이번 개혁위의 11차 권고안은 모두 위원들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열정도 크지만 실력도 뛰어나다. 이런 경우는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신임 법무 장관이 위원회 중요 권고안을 수용하면 법무개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법무·검찰 개혁위 향후 일정이나 계획이 궁금하다.

추 후보자의 장관 취임 후 협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임기가 1년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할 계획이다. 다만 위원회 출범 이후 초반엔 검찰개혁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법무쪽 개혁 권고안을 많이 내놓을 계획이다. 예를 들면 법무부 탈검찰화 이후 유입된 변호사 등이 업무 훈련이 덜 됐고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 및 훈련 검토와 함께 인사제도 등도 더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 법무부는 검찰보다 교정조직이 훨씬 규모가 크다. 출입국 관리본부나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등 법무 영역에 필요한 부분을 검토해 권고하도록 하겠다.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검찰과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범죄 인지시 즉시 보고' 조항 등 논란도 격화됐는데 어떻게 보나.

수사 초기 단계에서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맡을지 검찰이 수사할 지를 결정해야, 이후 공수처가 검찰의 공을 가로챘다는 이야기가 없을 것 같은데... 전체 검찰 조직 인원은 만 명이 넘는데 공수처는 1/100 정도 되는 작은 조직이다. 이렇게 작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저는 공수처가 무소불위 조직이 되는 것보다 오히려 제대로 역할을 해낼지 걱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공수처법 통과 이후 후속조치가 더 중요하겠다.

-실제로 법조계에는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문제는 오랜기간 이야기됐다. 경찰의 수사력이 검찰보다 떨어지는 문제부터,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제 경찰이 무소불위 권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끝이 없다.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거나, 또는 주지 않거나, 전건송치주의(수사종결권이 없는 경찰이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에게 기소 여부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택하는 등 무엇을 택하더라도 핵심은 법률가인 검찰의 경찰 수사 사법통제, 그러니깐 사법통제만 제대로 이뤄지면 나머지 부분은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헌법에 영장청구권이 검찰에 독점된 상황에서 검찰은 강제처분 단계의 경찰을 통제할 수 있고, 인권침해나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또 기록이 종결되더라도 검사가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을 보내 시정조치, 사건 송치 등을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이에 따르도록 했다. 불송치사건은 경찰이 불송치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관계서류, 증거물들을 검사에게 보내면, 검사는 이를 90일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검찰의 경찰 사법통제는 가능하다.

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이런 저런 문제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정보와 수사, 기소, 재판을 분리시켜 나가야 한다.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 권한을 주거나 나누는 것이 인권보호와 권력분립의 기본 원칙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정보원이 정보수집 뿐 아니라 대공수사를 하고 검찰은 수사 및 기소뿐 아니라 정보까지 사실상 다 관리한다. 반면 경찰은 반쪽짜리 수사권밖에 없다. 이 역시도 검찰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권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경찰 조직의 뛰어난 인재들은 수사가 아닌 정보 관련 부서로 다 빠져버린다. 우수한 인재들이 수사를 하다보면 실력이 늘 것이다. 일단 권력을 제대로 주고 책임을 묻는 체제가 돼야 하지 않겠나. 오히려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 개혁을 않겠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도 이제껏 검찰이 실력을 발휘해온 부패범죄나 선거 등의 부분은 검찰의 수사영역으로 남겼다. 다만 점진적으론 검찰의 수사 영역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 같다.

조 전 장관이 큰 역할을 해줬다기 보단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게 됐다는 표현이 맞겠다. 개인적으로는 참 안 됐다. 현 정부의 1기 과제가 권력에 대한 개혁, 그 중에서도 검찰개혁이었는데 이제까지 별로 이뤄낸 것이 없었다. 법무부에서 검사들이 좀 나온 것 외에 제도적으로 개혁된 부분이 없고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정책적 측면에서도 계획대로 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되나 싶었는데 이제 공수처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 희망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공수처법 통과는 고무적 성과지만 검찰개혁을 비롯한 완전한 사법개혁을 위해선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인터뷰 3일 뒤인 12월30일 공수처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은 그동안 검찰이 왜 문제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문제 영역이 일반 사건보다 재벌이나 고위공직자, 정권과 관계되다 보니 당연하다. 다만 '조국사태'를 계기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조 전 장관 같은 고위공직자도 표적삼아 가족까지 모두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도 알게 됐다. 장관도 저렇게 당하는데 내가 목표가 되면 끝장나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생긴 것 같다. 그러면서 그간 나와 관계없는 조직이라 여긴 검찰을 달리 생각하게 되면서 검찰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다고 본다.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신년맞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새해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해달라. 개인적인 꿈과 계획도 궁금하다.

법조의 2020년은 상당히 희망적이다. 앞으로 후속조치인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하위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개정을 위한 위원회나 TF 등도 많아질 것이다.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힘의 우열관계로 조정이 되지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역시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보면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고, 위원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이라는 인선 요건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편향성' 우려가 있는 인사에겐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중립적인 사람이 처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임명된 처장이 공수처를 초기에 잘 안착시키느냐가 공수처가 향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결정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하지 않겠나. 어찌 됐든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법조계엔 희망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과거 실패 사례 등을 참고해 희망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써서 희망의 크기를 더 크게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나이가 드니 건강을 신경쓰고 챙기고 싶다. 법조인들이 운동을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저는 대부분 운동을 잘했다. 그런데 점점 몸이 약해지는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의도적으로 헬스나 걷기를 주 2회 이상 하고 있다. 건강을 잘 챙겨야 법무·검찰개혁위 남은 활동도 잘하지 않겠나.

◆김남준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 프로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1990) △사법연수원 수료(제22기)(1993)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2005~2006)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2006~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장(2010~2012) △국민 성장 검찰개혁단장(2016~2017)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2017~2018)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 위원(2017~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2019~현재)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2019~현재)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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