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
윤석열 해임설에 "인사권자는 대통령"…자녀 의혹 제기엔 "신상털이"
[더팩트ㅣ장우성·송주원 기자]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가 11시간 만인 오후 9시 산회됐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이 끝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법무·검찰개혁 △울산시장 선거 개입 △정치자금법 위반△아들의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무마 △딸 9000만원 차용증 위조 △지역구 내 고급 피트니스센터 특혜 이용 의혹 등이 거론됐다.
추 후보자는 법무·검찰개혁을 놓고는 "공수처법 국회 통과를 바란다"고 했으나 그밖의 쟁점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취임 후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설 등을 꺼내며 검찰 고위직 대규모 인사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인사권자는 대통령" "아는 바 없다"고 피해갔다.
검찰이 재판부의 공소장 불허에 반발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추가기소한 것을 놓고 "검찰이 표적삼은 피의자가 유죄 받을 때까지 계속 추가로 기소한다면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문회 선서에서도 "검찰수사 불공정 시비로 국민 분열을 불렀다"고 검찰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검찰이 수사 중이기도 하다. 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후보자가 청와대의 요구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고 의심했다. 추 후보자는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를 공천했다고 해명했다. 후보 공천은 수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랐고 송철호 후보 지지율이 심재명·임동호 후보를 합산한 것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개입 주장에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다리에 손수건을 묶은채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 후보자는 2004년 총선에서 낙선 후 남은 정치자금 중 1억원을 출판비로 신고했다. 출판비 지출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의혹에 회계책임자였던 추 후보자 배우자 서성환 변호사가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최근에는 당시 출판사 관계자가 출판계약을 해지하고 추 후보자에게 1억원을 돌려줬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1억원을 출판비로 쓴 것처럼 속이고 돌려받은 횡령·사기 의혹이 있다고 추궁했다. 추 후보자는 "후원회가 해산돼 정치자금을 받을 계좌가 없어 자기앞수표로 받아 한국심장병재단,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각각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아들의 군복무 중 의혹 등 자녀에 얽힌 문제가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추 후보자 아들이 2017년 카투사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제때 복귀하지 않았는데도 처벌 받지 않았다며 추 후보자가 군 고위층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추 후보자는 군입대 전 무릎 수술을 받은 아들이 입대 후에는 나머지 무릎도 아파 병가를 내고 또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수술 후에도 호전되지 않아 추가 치료를 받기 위해 부대 측과 상의한 결과 개인 휴가를 썼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아들의 병적기록과 입원증명서 등을 요구했으나 추 후보자는 "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 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본인의 도덕성과 능력을 질문해주셨으면 한다. 가족 신상털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딸 차용증 위조 의혹도 나왔다. 추 후보자가 2012년 딸에게 9000만원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받았는데 위조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차용증에 쓰인 도로명 주소는 2014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야당 측은 불법 증여를 감추기 위한 편법이라고 의심하며 딸의 주소 기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추 후보자는 도로명주소는 2011년부터 고시돼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도 쓰였으며 재산신고 내역에 딸에게 빌려준 돈을 받은 기록도 있다고 반박했다. 딸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는 "딸은 이미 출가했으며 개인 신상 정보는 딸의 동의 없이는 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추 후보자가 2012~2014년 지역구인 광진구 내 고급 피트니스센터를 무료로 특혜 이용했다는 점도 시빗거리였다. 추 후보자는 회원권은 받지 않았으며 관내 시설 홍보를 돕는 차원에서 사우나를 몇차례 이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003년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는 "당시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공직자로서 주석을 쓰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여유로운 미소 지으며 인사 나누는 추미애 후보 |
5선 관록의 추 후보자지만 청문회에서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추 후보자의 정치적 스승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박지원 의원은 "천하의 추다르크도 떠네요" "판사처럼 말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했다.
청문회 도중 양 허벅지를 천으로 묶은 모습도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다가 돌아선 호남 민심에 사과하기 위해 3일 동안 삼보일배를 벌인 후유증 탓이다. 추 후보자는 이 일로 허리통증이 생겨 장시간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아야 할 때는 이같은 방법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후보자는 11시간 걸린 청문회를 마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원들께서 주신 말씀을 유념해 인권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 하고 산회했다. 이날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지 20일 째다. 보고서 법적 채택 시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31일부터 10일 내 범위에서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에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보고서 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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