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지난 11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수원=임영무 기자

"그럼 또 죽는다" 장대호…상반기 최대 이슈 '버닝썬'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2019년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특히 '충격과 공포'를 부른 중대한 범죄 사건이 많았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듯 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33년 만에 나타났다. 억울한 20년 옥살이의 사연도 함께 밝혀졌다. 이른바 '고유정 사건'은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상상을 뛰어넘는 엽기적 방식으로 살인한 잔혹 범죄로 공분을 샀다.

1심 사형 선고로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한국에서 62번째 사형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안인득이 저지른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은 사망자 5명, 부상자 17명의 피해 외에도 사회 전반에 깊은 고민을 남겼다. 모든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추호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은 '한강 시신 사건' 장대호의 모습은 '아연실색' 그 자체였다.

클럽에서 벌어진 단순 폭행 시비가 마약·성범죄를 비롯해 권력기관과 부당한 유착 의혹 등으로 확산된 '버닝썬' 사건은 승리 등 한류 케이팝의 주역인 유명 연예인이 피의자로 포함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더팩트>는 올해를 돌아보며 이같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다섯 사건을 되돌아 봤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7일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 DNA가 확인되지 않은 9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미수)사건을 이춘재의 범행으로 판단하고 추가 입건했다. / 뉴시스

◆33년 만에 진범 나타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1980년대 후반 경기남부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이름이 바뀌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다. 1986년 1차 사건 발생 33년 만에 진범 이춘재(56)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억울한 옥살이' 논란이 제기된 8차 사건은 연일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경기남부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를 살인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9월 용의자로 발표했다. 이춘재는 10차에 걸친 화성 연쇄살인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중 8차 사건은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까지 한 상태였다.

8차 사건의 시작은 1988년 9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한 가정집에서 중학생 A(만 13세) 양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기존 연쇄살인 사건의 모방범죄로 봤다. 야외에서 발생한 다른 사건 달리 A 양이 집 안에서 숨져 있었던 탓이다.

경찰은 이듬해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농기계 수리공 윤모(52·당시 22세)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다. 이후 윤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검찰 수사와 1심까지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부터 "경찰이 때리고 가혹행위를 시켜서 거짓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주장을 증명할 구체적 물증이나 사건 당시 알리바이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고등법원 항소와 대법원 상고마저 기각되면서 끝내 유죄가 확정됐다.

모두 해결된 줄 알았던 이 사건은 결국 이춘재의 자백으로 반전됐다. 검찰은 현재 수원지법에 재심 개시 의견서를 제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지난 6월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악마를 보았다 '고유정 전 남편 살인 사건'

2019년 발생한 강력범죄 가운데 범행 수법부터 수사 당시 피의자의 태도까지 세간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고유정 사건'이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유기한 고유정(36)은 자신의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도 제기돼 사회 전반에 경악을 불러왔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바다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유정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항변했지만, 드러난 여러 정황과 증거는 계획적 살인으로 기운다. 범행 전 인터넷에서 구체적인 살해 방법과 사체 처리와 관련된 검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을 미리 구매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병합해 심리 중이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A 군은 지난 3월 2일 새벽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수면유도제 성분을 넣은 카레를 A 군과 당시 남편에게 먹인 뒤 A 군을 질식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전 남편 살해 사건에 이어 고유정을 추가 기소했다. 고유정은 이 사건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현재 9차 공판까지 진행된 재판 결과는 이르면 내년 2월 중순쯤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이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시스템 부재가 부른 참사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단지. 갑자기 난 불에 주민들은 허겁지겁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 곳에 흉기를 든 안인득이 있었다. 불을 지른 것도 바로 그였다. 5명이 희생되고 17명이 다친 뒤에야 이 끔찍한 참사가 끝이 났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2명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안인득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안인득은 재판장이 사형을 선고하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피우다 교도관에게 끌려나갔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한 상태다.

참사가 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언제라도 이 참사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계속된다. 정신질환을 적절히 치료받지 못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안인득에게 비난을 쏟아내기에 앞서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모든 조사에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조현병 환자에 선입견은 갖지 말아달라. 이제 우리 사회가 그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한강에 유기한 장대호가 지난 8월 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반성없는 당당한 살인자 '장대호 한강 시신 사건'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범인 장대호가 '피해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남긴 말이다. 토막 난 시신이 차례로 한강에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놀란 시민들은 장대호의 당당한 태도에 다시 한번 놀랐다.

장대호는 지난 8월 8일 오전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서울 구로구 인근 모텔에서 투숙객(32)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냈다.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토막낸 시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강에 유기했다. 투숙객이 반말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숙박비 4만원을 나중에 주겠다고 한 것이 이 끔찍한 범행의 이유다.

신상이 공개된 장대호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시종일관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장대호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거나 "고려 때 김부식의 아들이 정종부의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는데 정종부가 잊지 않고 복수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범행을 끊임없이 미화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그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구치소에서 만난 지인에게 자신은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버닝썬 사건을 폭로한 김상교 씨. / 더팩트 DB

◆클럽 폭행 시비에서 쓰나미로 '버닝썬 사건'

올해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사건은 이른바 'YG 게이트'로까지 번진 '버닝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인 버닝썬에서 발생한 사소한 폭행 소동으로 시작됐다.

보안요원과 폭행 시비에 휘말린 김상교(29) 씨는 경찰이 피해자인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갔다며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클럽 안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이를 이용한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버닝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최종훈(30) 등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언급이나 성관계 동영상이 공유 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에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한 의혹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경찰은 15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을 구속하고 최종훈 등 일부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 버닝썬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도 줄줄이 수사를 받았다.

현재 관련자 대부분은 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성매매 및 성매매 알선·횡령·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승리는 아직 검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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