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지지자·취재진·경찰로 '북적'…피곤한 표정에 "법리 기초 판단 기대"
[더팩트ㅣ서울동부지법=송주원 기자] 청와대의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켰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57) 전 법무부 장관이 지지자와 취재진 등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 중이다.
이른 시각부터 내린 비로 궂은 날씨인데도 서울동부지법 법정동 출입구는 오전 9시 전부터 지지자 50여 명과 취재진, 유튜버 등 수백 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법원 일대는 별도의 교통통제는 없었으나 갓길 주차를 금지하고 100명 이상의 경찰 인력이 투입돼 삼엄한 분위기였다.
지지자들은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부터 '우리가 조국이다', '공수처 설치' 등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들고 "조국 수호, 영장 기각"을 소리높여 외쳤다. 이 과정에서 자리를 잡던 지지자들끼리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법원 경위와 경찰의 제지로 큰 소란은 없었다.
오전 10시5분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과 긴 코트 차림의 조 전 장관이 법원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영장 심사가 열리는 법정동에 들어서던 조 전 장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좀 더 가서 답하면 안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법원 출입구에 가까워지자 "첫 강제수사 후 122일이 지났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검찰의 끝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기고 견뎠다"며 "혹독한 시간이었다. 저는 검찰의 영장 청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릴 것이고,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거라고 희망한다.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무표정한 조 전 장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이외에도 취재진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라는 외부 지시가 있었나", "정무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는데 법적 책임도 질 생각이신가", "직권남용 혐의는 계속 부인하시는 건가" 등을 질문했으나 답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법정에 들어갔다.
약 5분 후 조 전 장관의 변호인 역시 법원에 들어섰으나 별다른 입장 발표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임세준 기자 |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를 받는다. 또 유 전 부시장이 당시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한 금융위원회가 별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감찰 최종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도 사안을 마무리한 건 재량권을 넘어선 직권 남용이라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에 설쳐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켜 감찰 중단 경위와 과정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두고 백원우(53)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51) 전 반부패비서관과 회의를 거친 끝에 감찰 중단 등 조치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또 감찰 중단과 금융위 통보는 민정수석으로서 재량권 범위 내에 있는 정상적 절차였고, '정무적 책임'만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