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의 입증 까다로운 직권남용죄…"금융위 징계 무마 건이 구속 좌우"[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중단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26일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미 부인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가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조 전 장관 일가는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법원은 조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까.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직권을 남용해 비리 의혹이 제기된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특감반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금융위원회가 유 전 부시장에게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추론한다.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말 그대로 △피의자 행위가 직권을 남용한 행위인지 △이에 따라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는지를 판단해야 해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죄에 속한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구속 사유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로 보는 만큼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위법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과 수사 의뢰 여부는 민정수석으로서 업무 재량에 포함된 행위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수사기관에 의뢰할 만한 비위내용을 파악했음에도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고의로 덮었다고 주장한다. 박형철(51) 전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53) 전 민정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도 근거로 봤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특정된 사실관계를 종합해보면 직권남용 혐의 적용부터 모호한 점이 많아 구속 사유로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감찰을 중단하고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은 조 전 장관의 판단이 잘못돼 '정무적 책임'을 질 문제는 맞지만 형사처벌할 범죄는 아니라는 이유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검찰은 감찰 권한을 가진 민정수석이 고의로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는데, 감찰권이 있다면 감찰 진행과정에서 증거부족 등의 사유로 감찰을 중지할 권한도 있다.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근거로 삼은 휘하 공무원들의 진술에도 "변호사인 박형철 전 비서관은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상 이를 확인하고 수사에 이르러야 한다는 일반적인 형사 사법 처리 과정을 전제했을 것이고, 정치인인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비서관은 수사권도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의혹 제기만으로 개인을 감찰하기 꺼려졌을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의 말대로 정무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비판은 가능하나 범죄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특감반원들이 조 전 장관의 부당한 권한 남용으로 권리행사를 방해받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검찰은 특감반원들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수사기관에 의뢰하자고 주장했지만 조 전 장관이 감찰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지난 2017년 11월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과 함께 한 이른바 '3인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서 백 전 비관은 사표 수리로 마무리하자는 의견을 냈고, 박 전 비서관은 감찰 진행 및 수사기관 이첩을 주장했다. 최종 결정은 조 전 장관이 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3인 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 사건을 토론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의 지시가 오롯이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범죄 행위였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김남국 법률사무소 명현 변호사는 "조 전 장관과 두 비서관의 검찰 진술이 다소 엇갈리는 점은 있지만 3인 회의를 열었다는 점은 공통된다. 결국 회의를 통해 도출된 결과라는 점은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개념에 반하는 것"이라며 "결국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부터 모호한 점이 많아 구속영장이 발부될 지 미지수다. 애초 직권남용은 혐의 입증이 상당히 복잡해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찰 중단과 함께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하도록 한 혐의도 직권남용으로 봤다. 조 전 장관의 지시가 민정수석실을 벗어났다면 문제가 커진다. 금융위라는 독립된 조직의 내부 인사 조치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해서다.
지난달 검찰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금융위 징계 무마를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도 명시한 걸 볼 때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어느 정도 확보했을 거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금융위 건은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직권남용 행위"라며 "지난달 금융위 압수수색에서 압력을 가한 행위가 있었다고 어느 정도 소명될 수준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면 조 전 장관의 구속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경심 교수가 이미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된 점 역시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강태근 변호사는 "법원 관례상 부부가 공범관계일 때 남편과 부인 둘 중 한 명만 구속시키는 편이다. 조 전 장관은 부인과 혐의가 달라 법적으로도, 관례상으로도 별 영향이 없다"며 "검찰이 애초 조 전 장관을 정 교수의 공범으로 적시했던 혐의가 아닌 유 전 부시장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한 이유도 추측 가능하다. 영장 발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직권남용 혐의로 조전장관을 구속한 다음 나머지 혐의도 수월하게 수사하자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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