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휴대전화 도·감청 의혹"…검찰 "적법한 자료"
입력: 2019.12.23 14:41 / 수정: 2019.12.23 14:41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업무수첩 아닌 풍문 등 적은 메모…조사내용 실시간 언론 유출"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처음으로 청와대에 제보했다는 의혹을 받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보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송 부시장은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단둘이 나눈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들려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지난 20일 오후 변호사 입회 하에 검찰에 출석해 2018년 3월 31일자 진술이 잘못됐다고 검찰에 말했고, 앞선 진술과 다르게 진술하면서 끝까지 있는 그대로 잘못된 진술을 바로 잡으려 하자 (검사가) 갑자기 녹취록을 들려주며 '이 녹음 내용으로 봤을때 당신과 송철호(시장)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은 "이 녹취 내용은 제가 송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2018년 3월 31일 청와대 이 모 비서관을 만난 기록에 대해선 제가 후보자님과 같이 만났다고 했으니 참고하시라'는 것"으로 "제가 12월 6일 세번째 진술을 마치고 집에 있었을 때 12월 15일 시장님과 처음 통화한 내용이었고, 개인적인 대화 내용까지 녹음한 것을 듣고 너무 놀라 당시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합법적인 영장으로 진행했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검과 법무부에 이같은 의혹을 조사해 줄 것도 공식 요청했다.

송 부시장은 또 "제 휴대전화를 꺼둔 채 비서 개인 휴대폰을 갖고 12월 6일 새벽 검찰이 출석을 요청한 시간에 검찰청에 도착해 이를 제출했더니 '송병기 차명폰 확보' 등으로 언론에 보도됐고, 검찰 조사 역시 실시간으로 기사화됐다"며 이 역시 대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송 부시장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송 부시장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송 부시장은 무엇보다 자신의 수첩은 '업무수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 수첩 내용은 통상적 의미의 업무수첩이 아니며 그냥 개인의 생각과 일상을 기록한 개인 메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업무수첩은 통상 직장 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육하원칙에 따라 장소, 시간, 계획, 실행 등이 상세히 기록되지만 제 수첩은 어느 스님과의 대화 등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과 소회, 발상, 풍문 등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제 수첩을 업무수첩으로 단정짓지만, 현재 검찰에서 조사하는 저의 수첩 내용은 기억이 없거나 머릿 속의 생각을 적었기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수첩에서 잘못된 기록의 예도 들었다. 송 부시장은 "2018년 3월 31일 저와 송철호 울산시장, 정몽주 씨(당시 선거운동본부 상황실장),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이 산재전문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해 회의한 것처럼 수첩에 나오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 찾아보니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시장은 "검찰 조사 초기 판단이 흐려진 채 3번이나 참석자를 바꿔 잘못 진술했으나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 그날 행적을 꼼꼼히 들여다 본 뒤 5번째 검찰 조사에서 제대로 진술하게 됐다"며 "저의 잘못된 진술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까지 압수수색으로 연결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그동안 송 부시장의 수첩을 토대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해 왔다. 송 부시장은 지난 6일과 7일 이틀 연속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7일에는 정상 출근 뒤 오전 연가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또 검찰이 기획재정부와 KDI를 압수수색한 지난 20일에도 울산지검에 출석해 12시간 가량 조사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송 부시장이 제기한 도·감청 의혹을 놓고 "해당 녹음파일은 도청 또는 감청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한 자료"라며 "수첩의 기재 내용 및 사건 관련성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조사 내용이 언론에 실시간 유출됐다는 주장에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공보를 실시 중이며, 그 밖에 조사 내용 등을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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