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 '동앙대 표창장' 기소가 공소기각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산책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
공판 전부터 기소만 3건…"기각 어렵다" 의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지난 17일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또 다시 기소하며 하나의 공소사실로 두 재판이 열리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같은 범죄 행위를 두고 다시 공소를 제기한 점은 공소기각 사유인 이중기소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판부가 공소사실 동일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만큼 이중기소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중기소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다시 제기하는 공소다. 피고인 한 명을 같은 사건과 혐의로 중복 기소한다는 점에서 소송경제적 측면과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위배된다. 이에 따라 현행 형사소송법 327조는 이중기소를 판결로써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한다.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하나의 행위에 같은 혐의로 추가기소했다는 점에서 이중기소로 보이지만 단정은 이르다. 지난 9월 1차 기소 당시 공소사실과 비교했을 때 위조했다고 보는 날짜와 장소, 위조 수법과 목적이 달라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지난 10일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하나라도 동일하면 인정하겠는데 두 공소장의 사실관계가 중대하게 변경된 이상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바 있다. 이미 법원이 '두 공소사실은 다르다'라고 판단한 만큼 이를 뒤집고 이중기소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이 부실하다는 허점을 기회로 삼아 빠져나가려는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필우 법무법인 콤파스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하나의 범죄에 기소 두 건이 들어간 모양새고, 공소장 변경과 이중기소 판단을 위한 공소사실 동일성 판단이 꼭 일치할 필요는 없다. 이중기소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이중기소는 판결로서 공소기각을 선고하는 사유라 재판을 통해 더 따져봐야 한다. 검찰로서는 위조된 문서는 하나지만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위조 방식이 차이가 커 다른 사건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 이중기소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지금과 같은 기소 형태는 더 드물어 참고할 판례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부장판사 출신의 법조인 역시 "이중기소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 공소사실 동일성을 문제 삼은 재판부로서는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지는 구조가 됐다. 재판 전체가 점입가경에 빠져든 것"이라며 "공소기각보다 피고인 방어권 측면에서 공소를 철회하라고 검찰에 권고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검찰이 따를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지난 10월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두 달이 넘도록 정식 공판기일을 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정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있었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
반대로 두 공소사실의 차이가 큰 만큼 기존 기소는 소송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했을 때 공소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본다. 현행법은 공소사실을 기재할 때 범법 일지와 장소, 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난 9월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길 당시 작성된 검찰 공소장과 17일 기소한 공소장은 세가지 모두 차이를 보였다. 결국 두 공소장 중 하나는 제대로 사실관계를 특정하지 못한 셈이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통상 범행 날짜가 하루, 이틀 차이나는 건 용인되지만 날짜부터 장소, 수법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 기소는 사실관계를 다소 특정하지 못했다고 보고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판단해 공소기각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법리적 전망과 별개로 검찰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 뚜렷한 수사 성과 없이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려고 이른바 '졸속 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검찰이다. 10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후 연말을 바라보는 지금 기존 기소건은 정식 공판기일이 지정되지도 못한 상태다.
사실관계를 특정하지 못한 공소장, 불명확한 이유로 검찰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늦어진 이유 등으로 준비 절차를 마무리할 수 없어서였다. 의혹에 불과했던 무리한 기소가 재판에 넘겨진 후 실체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기소로 재판 세 건을 끌고 가겠다는 결정은 결국 검찰의 과오를 '공소권'으로 다시 메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재판부가 기존 기소건을 공소기각할 가능성은 낮고, 검찰이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어 결국 재판이 진행될 텐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도 이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추가기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 후 강제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는데 반해 이번 추가기소에서는 해당 증거가 인정받을 여지가 있어 검찰로서는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정 교수 사건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의 추가기소에 대한 입장을 속행 공판준비기일에서 밝힐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
피고인이 구속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정식 재판 절차도 밟지 못한 상태에 추가기소를 한 건 명백한 피고인 방어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리 검토를 떠나 검찰 기소 앞에 사실상 무장해제되는 피고인 인권을 위해서라도 유의미한 판례 확립이 시급하다. 판사 출신 김윤우 변호사는 20일 tbs '김어준의뉴스공장'에 출연해 "헌법은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데 이처럼 준비기일만 3회 이상 가는 사건은 잘 없다"고 꼬집었다.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는 검찰 추가기소 다음날인 18일 SNS를 통해 "만일 추가기소를 허용한다면 한 사람을 동일한 문서로 일시, 장소, 방법, 공범만 바뀐다면 같은 문서에 관한 혐의로 수백 번이라도 기소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소권 남용의 효과' 및 '이중기소의 기준'에 대한 판례가 형성되고, 국민을 별개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수사에 활용하는 관행이 법원에 의해 제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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