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검찰 vs 경찰' 이춘재 사건에 자존심 걸었다
입력: 2019.12.18 05:00 / 수정: 2019.12.18 05:00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위해 11월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동 한 공원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GPR(지표투과 레이더)장비를 투입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이사건은 1989년 7월7일 화성 태안읍에서 김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것이다. /뉴시스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위해 11월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동 한 공원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GPR(지표투과 레이더)장비를 투입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이사건은 1989년 7월7일 화성 태안읍에서 김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것이다. /뉴시스

국과수 감정서 놓고 '조작-오류' 치열한 공방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춘재 8차 살인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놓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국과수 감정서는 20여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결정적 증거다. 검찰은 국과수와 경찰이 감정서를 조작해 윤씨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고의성 없는 '중대한 오류'였을 뿐이라고 맞서 양쪽의 다툼이 커지는 모양새다.

1989년 경찰은 8차 살인사건 피해자의 변사체에서 범인의 체모를 확보했다. 이후 수사를 거쳐 용의자를 윤씨를 포함한 47명으로 압축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범인의 체모와 일치하는 용의자만 찾으면 됐다. 국과수는 체모 성분 분석작업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맡겼다.

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국과수의 감정서가 다르다는 게 문제다. 특히 범인 체모 성분 분석 수치가 큰 차이가 났다. 검찰은 경찰과 국과수가 윤씨와 비슷한 성분의 제3자의 체모를 범인의 체모로 조작해 범인으로 몰았다고 본다. 수원지검은 11일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려 조작 과정을 밝혀내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범인 체모를 바꿔치기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 원자력연구원의 성분 분석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일부 원소 수치를 임의로 조합해 경찰에 넘겨 오류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7일 이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실체적 진실규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이춘재 사건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구. /김세정 기자
검찰은 경찰이 이춘재 사건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구. /김세정 기자

이날 경찰 발표 뒤 즉각 대검찰청은 체모가 바꿔치기된 게 확실하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경찰도 3시간여 뒤에 재반박 자료를 내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 지금도 근무 중이라며 본인과 면담해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이 시간차로 서로 반박하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드물다. 양쪽은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울산청장 때 진행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를 놓고도 각각 '청와대 하명수사'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고 공방 중이다. 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전 청와대 특감반원 백모 씨의 휴대전화 역시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반려를 주고받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둔 양쪽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esli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