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김우중과 검찰...'칼잡이' 박영수·여환섭과 악연
입력: 2019.12.11 05:00 / 수정: 2019.12.11 08:10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10일 오전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회장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는 모습. /이효균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10일 오전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회장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는 모습. /이효균 기자

추징금 17조여원 중 892억원 납부...나머지는 임원들 몫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재벌 신화를 이끈 김 전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그룹을 일궈내 미국 포춘지에도 대서 특필된 기업가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이런 김 전 회장의 성공 신화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 했다. 당시 부패한 관행이 만연했던 경영 환경을 무시할 수 없으나 뇌물과 분식회계 등으로 빛이 바랬다. 조여오는 검찰의 수사망에 장기 해외도피와 인터폴 적색수배, 옥고가 이어졌다. 출소 후에도 17조원에 이르는 추징금이 삶의 후반부에 그늘을 드리웠다.

장기도피 끝 검찰 조사 "김치찌개 먹고싶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비자금이나 조세포탈, 배임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 등 검찰, 법원 등 법조계와 악연이 깊다. 김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1993년 '율곡비리'에 연루돼 처음 검찰에 불려간 뒤 1995년 한전 뇌물 사건, 1996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는 불구속 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후 대우 책임론이 들끓고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1999년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후 5년 8개월 여간 베트남, 영국, 프랑스 등으로 해외 도피생활을 벌이다 2005년 6월 14일 정부와 인터폴의 압박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향했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다 식사시간이 되자 "라면사리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그를 조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장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이었고, 김학의 전 법무장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단장을 지낸 여환섭 대구지검장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박영수 당시 중수부장은 김 전 회장을 조사 사흘 만에 구속시켰다. 김 전 회장은 "국민과 대우 임직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며 내심 선처를 기대했지만 법원은 "국민경제에 끼친 악영향이 중대하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서울구치소로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 특히 대우 가족들에게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참회하는 기분으로 사법 당국의 처분을 받겠습니다."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김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과 국외 재산도피 혐의로 징역 15년에 추징금 23조358억원을 구형했다. 지금까지 재벌 총수가 받은 최고의 검찰 구형량으로 기록된다. 그 뒤를 잇는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년 구형도 박영수 특검이 내린 것이라 눈에 띈다. 1심은 징역 10년 추징금 21조 4484억원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으로 감형했다. 김 전 회장이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고 복역하다 2008년 1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특사로 사면됐다.

김 전 회장은 2013년 이른바 '김우중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논란이 일면서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추징금의 약 0.5%에 해당하는 892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17조 8000여 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미납 추징금 규모는 사법사상 최대 액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원 중 현재까지 1184억원을 냈고 1021억원을 미납했다.

17조 추징금 대우 전 임원들에 연대책임

김 전 회장의 별세로 18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의 직접 환수는 불가능해졌다. 다만 분식회계 사건 당시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전 대우그룹 임원들이 연대해 이 추징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0일 기준 김 전 회장측으로부터 892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추징금(약 17조 9253억원) 대비 집행률은 0.498%에 불과하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의 재산을 찾아 추징하면서 3년 마다 돌아오는 시효를 연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별세로 직접 추징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검찰은 앞으로 이 추징금을 함께 내도록 연대책임을 지는 전 대우그릅 임원들을 상대로 남은 추징금을 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집행한 892억원 중 5억원 가량은 연대책임자들로부터 나왔다"며 "이들을 상대로 추징금 집행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추징금 전체에 연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은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던 2005년 5월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7명에게 추징금 23조 358억원을 선고했다. 각자 인정된 범죄 혐의와 환율 등 차이로 선고된 추징금의 금액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추징금인 셈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옛 대우 직원들 앞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옛 대우 직원들 앞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김 전 회장은 지방세 35억 1000만원, 양도소득세 등 국세 368억 7300만원도 체납한 바 있다. 세금에는 연체료가 붙는다는 이유로 차명주식 공매대금을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7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올해 총 지방세 체납액은 35억 1000만원에 달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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