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럴 거면 퇴정하라" 정경심 재판부, 검찰에 '경고'
입력: 2019.12.10 16:44 / 수정: 2019.12.10 16:44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공소사실 동일성' 인정 안 해…사건 분리해 진행하기로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사건을 맡은 재판부와 검찰이 서로 얼굴을 붉혔다. 추가기소된 사건의 병합 여부가 달린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며 두 사건의 동일성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재판부는 "이럴 거면 퇴정시키겠다"고 언성을 높였고 검찰은 공소장 변경이 불허된 시점부터 붉게 상기된 얼굴이 식을 줄 몰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0일 오전 10시30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3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과 추가기소된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관련 혐의가 병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이미 기소된 피고인이 추가기소된 경우 법원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가능한 한 여러 개 재판을 하나로 합쳐 형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병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난달 26일 2회 공판준비기일 당시 재판부는 당분간 두 사건을 분리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사건과 추가기소된 사건의 동일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검찰은 준비기일을 속행해 변경된 공소장을 검토한 후 공소장 변경과 사건병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에 3일 후인 11월 29일까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변호인들의 의견 역시 지난 6일까지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했고 변호인들도 기한에 맞춰 6일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애초 재판부가 정한 기한보다 이틀 앞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공소장 변경 취지를 말하는 검찰의 태도는 자신만만했다. 검찰은 이면지를 위조된 문서처럼 펼쳐 들고 말했다.

"피고인이 딸 조민의 2012년 9월 7일자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자명한 사실의 부수적 내용만을 구체화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피고인이 조민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역사적으로 단일한 사실에 기초해 동일성이 인정됩니다.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지않을 경우 동일한 기본적 사실에 대해 공판이 따로 진행되므로 소송경제적 측면과 피고인 방어권 측면에 반합니다." (검찰)

검찰의 확신과 달리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두 공소장 내용은 문서를 위조한 △날짜 △장소 △공범 △위조 방식 △위조 목적에 차이가 있었다. 9월 첫 기소 당시 검찰은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이라고 기재했지만, 추가기소 공소장에는 2013년 6월로 썼다. 범행 장소도 종전 공소장은 동양대학교로, 변경된 공소장은 정 교수의 자택으로 특정했다. 이외에도 첫 공소장에는 불상자와 공모했다고 추가기소 때는 딸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위조 방법에 대해서도 첫 공소장은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설명한 반면 추가기소한 공소장에는 스캔·캡처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를 붙여넣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추가했다. 문서 위조의 전제가 되는 위조사문서 행사 목적으로도 이전 공소장에는 "유명 대학 진학"이라고 봤지만 변경된 공소장은 "서울대학교에 가기 위해"로 적시했다. 검찰이 문서 위조 혐의에 구체적 내용을 덧댔다는 변경 사유는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동일성 입증을 요청했던 재판부 역시 두 공소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범행일시, 장소, 공범, 방식, 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자신에 차있던 검찰은 술렁였다. A4용지를 펼쳐 들고 두 공소장의 동일성을 역설했던 검사는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가 이날 제출하기로 돼 있던 추가 증거기록을 왜 제출하지 않았냐고 묻자 검찰은 "피고인을 사문서위조로 기소한 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적법하게 입수했다. 사건 병합을 전제로 기존 증거기록을 유지하기로 했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혹시 기소한 후 추가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 증거 확보도 안하고 공소장을 변경하려고 했냐"고 말하자 검찰도 참고 있었던 언짢은 기분을 표출해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저는 두 공소장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동일하다고 봅니다." (검찰)

"이미 공소장 동일성을 이유로 변경을 불허한 일입니다." (재판부)

"재판부께서도 일부 내용은 동일하다고 인정하지 않으셨습니까." (검찰)

"검사님, 저는 제 생각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님은 검사님의 생각이 틀렸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재판부 지시를 따르세요. 이럴 거면 퇴정 요청하겠습니다." (재판부)

검찰 수사관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상자를 들고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검찰 수사관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상자를 들고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또 다른 검사가 속행될 공판준비기일에 추가 증거기록을 제출하겠다고 답하며 갈등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재판은 여전히 검찰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 후에도 피고인을 불러 조사한 걸로 아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소된 피고인에게 얻은 조서나 자료는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추가기소가 11월 11일 이뤄졌다. 한 달이나 흘렀는데 아직 준비기일 단계"라며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인데 이렇게 재판이 지연되는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번 주까지 보고 보석 여부까지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이 끝난 후 정 교수를 지원하는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검찰은 범죄 행위와 장소가 바뀌었다면서 변경 전 공소사실을 유지해 유죄 입증을 하겠다는 건 모순이다. (기존 기소건은) 무죄 판결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검찰의 시간이었다. 최선의 진실은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증거를 공유한 뒤 내려지는 법원의 판단이다. 이제 법원의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면서 향후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는 추가기소된 사건과 별도로 진행된다. 재판부는 19일 오전 10시~10시30분 기존 기소된 사문서위조 혐의 사건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기로 했다. 같은날 10시30분부터는 추가기소된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에 대한 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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