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신상털이에 2차 가해…상처 커지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
입력: 2019.12.09 05:00 / 수정: 2019.12.09 05:00
성남 어린이집 사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후 찾은 해당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의 모습. / 윤용민 기자
성남 어린이집 사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후 찾은 해당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의 모습. / 윤용민 기자

양 부모 법정 다툼 예고…온라인에선 아동까지 공격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처음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국민들과 여성인권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겠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 피해자 아동 보호자가 지난 6일 오후 어린이집 인근에서 <더팩트>와 만나 한 말이다.

경기도 소재 시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여아가 같은 반 동갑 남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른바 '성남 어린이집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피해 아동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이 올린 게시글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자신의 딸이 5세 남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아동 성 관련 사건을 전담할 강제력을 가진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아 부모는 "사건이 부풀려졌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피해 아동 부모 역시 소송 의사를 내비쳤다. 사건 이후 결국 두 아동 모두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 이후 파장은 더 커졌다. 박 장관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어른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며 조심스럽게 사건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중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는 대목이 뭇매를 맞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는 '#박능후_보건복지부장관_해임해', '#박능후_보건복지부장관_사퇴해'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박 장관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졌다. 맘카페를 위시로 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남장관 죽어라', '성폭행 아동을 옹호하다니 젠더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복지부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하루 만에 사과문을 냈지만, 박 장관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니라 둘 다 5세 어린아이"라며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이상행동이 있었을 때 어떻게 적절하게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대처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발언의 진의를 거듭 해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그 사이 인터넷에서는 남아와 부모에 대한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관련 기사 댓글 등에 남아의 신상, 아버지의 이름과 직장을 비롯해 가족사진이 노출되고 혐오성 발언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위치를 알리고 남아를 가해·납치하겠다는 극단적 글까지 올라왔다.

남아 부모와 해당 유치원 원장은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악성글을 올린 네티즌 등을 이미 고소한 상태다. 여아 부모도 조만간 2차 가해성 허위사실을 유포한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성남중원경찰서 관계자는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논란이 복잡해진 이유는 가해자로 지목된 남아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형법은 만 10세 미만 아동에게 형사 책임을 물리지 않는다.

결국 쟁점은 민사책임이다. 민법 755조에 따르면 미성년자 감독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 아동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아동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의 경우 남아 부모와 어린이집 원장이 책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팩트>는 어린이집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가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만날 수 없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남아에게는 민사적으로도 책임이 없다"면서도 "지난 2007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왕따 사건에서 대법원이 부모와 교사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남자아이 부모와 어린이집 원장은 대리감독자로서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제3자에게 책임을 지울 때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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