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기사 수십 명 방청…'불법택시' vs '혁신사업'[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로 불법영업을 벌인 의혹을 받는 이재웅(51) 쏘카 대표 등의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렌터카로 위장해 불법 택시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쏘카 측은 환경오염과 주차불안을 해소할 합법적 혁신사업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1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쏘카 자회사이자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앤씨(VCNC) 박재욱(33) 대표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재판이라 김 대표와 박 대표는 법정에 출석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두 법인의 대리인 함께 재판을 받았다.
'타다'는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해 이용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렌터카 업체 '쏘카'에게 브이씨앤씨가 차량을 대해 이를 운전기사와 함께 고객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검찰은 지난 10월 28일 '타다'가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는 단서조항으로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두고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에 한해 운전자 알선을 허용했다. 쏘카는 해당 조항을 영업 근거로 삼았고, 검찰은 외국인과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이용객이 타는 차량에 기사를 알선한 점을 불법으로 봤다.
검찰 측은 차량 임차인이 외국인이거나 신체적 결함이 있는 등 운전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악용해 사실상 택시영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피고인들은 예외조항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전자를 알선해 렌터카 영업을 벌였다지만, 고객은 일반 택시영업으로 인식하고 이용했다. 사실상 '콜택시'로 불법 영업을 해왔다"며 "피고인들의 영업은 입법 취지에 반하는 행위로 위법성 인식을 부정할 사안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쏘카 측은 "기존 렌터카 사업에서도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기사 용역업체가 아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기술적 지원을 했을 뿐 실체는 같다"며 "엄연한 법률적 계약 관계가 존재하고 약관과 계약 내용 역시 명쾌하다. 이 모든 걸 뭉뚱그려 '택시와 비슷하다'고 하는 건 비유와 유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임차인이 외국인이거나 장애인인 경우로 한정하지만, 이미 렌터카 업계에서 운전자 알선 서비스는 법률적 계약을 통해 폭넓게 제공해온 서비스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변론 말미에 현행 법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한국에는 1800만 대의 자가용이 있다. '타다'는 고객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환경오염과 주차불안까지 해소하는 혁신사업"이라며 "법규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로 나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고발인을 포함한 택시업계 관계자들 20여 명이 참석해 출입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후 법정을 나서는 변호인단을 에워싸고 "그 좋은 머리로 불법을 합법이라고 말하냐", "변호사님이 하루만 택시 몰아보시라"고 소리치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첫 재판에 임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로 일관한 뒤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들의 2차 공판기일은 30일 오후 2시로,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법인 대리인 김 모 씨를 포함한 3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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