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자료사진 / 더팩트 DB |
성인·어린이 구역 로프로만 구분…수영장 측 책임 인정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대법원이 수영장 성인용 구역에서 물에 빠져 중상해를 입은 어린이에게 수영장도 사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8일 6년 전 수영장 물에 빠진 어린이 측이 수영장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 성동구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하게 된다.
대법원은 "하나의 수영장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수영조에 설치한 채 코스로프(course rope)로만 구분해 놓은 것은 공작물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고, 그 하자와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공작물의 설치나 보존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 머물지 않는다. 사고의 공동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미국의 핸드 판사가 제시한 공식 '핸드 룰'(Hand Rule)을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이 공식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과 피해의 정도가 사고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보다 더 크다면 위험방지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공작물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다.
이에 따라 "사고로 발생하게 되는 피해의 정도와 수영장 관리자가 사고방지를 위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성인용과 어린이용 구역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성인용 구역에 어린이 혼자 들어가 물에 빠지는 사고 위험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영장 수심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 역시 법령 위반이라고 봤다.
사진=대법원 제공 |
소송의 원고는 사고 당시 만 6세 남자 어린이로 2013년 6월 어머니와 누나, 이모 등과 함께 이 수영장을 방문했다가 오후 5시께 수영장 성인용 구역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 손상 등으로 사지 마비와 양쪽 눈 실명 등 중상해를 입었다.
해당 수영장은 수심 1.2m의 성인용 구역과 0.8m의 어린이용 구역을 코스 로프로만 구분해 놨으며, 수영장 벽면에는 법이 요구하는 수심 표시가 없었다.
앞서 1.2심은 수영장의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을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볼 수 없고 수영장 측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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