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홍콩 선거' 국내 대학가 환영...'반중 나비효과' 우려도
입력: 2019.11.26 05:00 / 수정: 2019.11.26 05:00
25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8월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의 모습. /홍콩=김세정 기자
25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8월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의 모습. /홍콩=김세정 기자

'대자보 사건' 수사결과 따라 갈등 증폭 가능성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압승을 거두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국내 대학생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며 중국 정부가 민주주의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자칫 이번 선거와 최근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대자보 훼손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면 거세지는 '대학생 반중정서'에 더욱 불을 당길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25일 오후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은 천심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홍콩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며 "총알은 신념을 뚫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학생모임은 "홍콩 경찰에 의해 자행된 폭력 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에서 홍콩 민심이 승리한 것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이들(홍콩 이공대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이공대 정문을 나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파의 승리를 다시 한번 축하하며, 홍콩 항쟁이 최종 승리로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모임은 지난 23일에는 중국대사관에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폭력 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도형(21·서울대 사범대학 2학년) 씨는 "이번 선거가 개인적으로 지난번 우리나라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앞으로 홍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더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일부 사람들은 내정간섭이라고 하지만 부당한 권력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연세대생 강모 씨는 "홍콩 시위를 지지한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기쁘면서도 슬프기도 하다"며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이긴 것은 상식인데 이런 당연한 결과에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제라도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주위에 노골적으로 반중을 외치거나 중국인을 비하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고도 했다.

한국 대학생 30여명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일대를 행진하며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윤용민 기자
한국 대학생 30여명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일대를 행진하며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윤용민 기자

실제 국내 대학에선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대학은 전국적으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동국대·아주대·명지대·전남대·충남대·부산대 등 모두 10여곳에 달한다.

급기야 수사에 나선 경찰은 관련 사건으로 이날까지 중국인 유학생 5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슈가 생기면 뭉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7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학 중국 유학생은 대학별로 많게는 5000명까지 있으며 결속력이 높다고 한다.

김성화(24·이화여대 사범대학 3학년) 씨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중국 유학생이 있는데 이 얘기(홍콩 구의원 선거)를 꺼내니까 너무 싫어하더라"며 "5·18을 지지한다고 하면 전라도 사람이냐고 욕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의 반응과 비슷했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솔직히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중국 유학생들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면서 "그러면 안되는 걸 알고 있지만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소속 연은정(28·고려대 사범대학 4학년) 씨는 이러한 상황을 답답해하며 "중국인과 중국공산당을 하나로 엮어서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착한 중국인도 있고, 나쁜 한국인도 있다. 반대로 나쁜 중국인도 있고, 착한 한국인도 있는 것"이라며 "일부 중국 유학생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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