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통째로 넘어간 '법관 비리' 수사기록…받은 판사도 "이례적"
입력: 2019.11.26 00:00 / 수정: 2019.11.26 00:00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질 당시 검찰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질 당시 검찰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농단' 신광렬·성창호 판사 등 7차 공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153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받은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수사보고서 형태 역시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관의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성창호(47) 부장판사 등 3명의 공판에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심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운호 게이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넘긴 153쪽에 달하는 수사보고서를 검토한 그는 "백쪽이 넘는 수사보고서를 건네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성 부장판사와 신광렬(54) 부장판사, 조의연(53) 부장판사의 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2016년 2월~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서 모(39) 전 윤리감사실 심의관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서 전 심의관은 억대 금품을 받아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수천(60)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검토해 요약한 인물이다. 서 전 심의관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20분께부터 오후 4시를 넘겨서까지 진행된 증인신문 내내 "이메일에 드러난 내용상 제가 수사보고서를 검토, 요약한 건 맞지만 구체적인 경위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반대신문에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 반복하자 변호인은 이를 혼잣말처럼 따라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 전 심의관은 대부분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윤리감사실 업무에는 분명한 태도를 취했다. 윤리감사실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비리 법관을 감시하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서 서 전 심의관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내용을 파악하고 조사를 통해 징계 조치를 내린다"고 답했다. 조사과정에서 백여 쪽 수사보고서를 받는 일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당시 기억은 없지만 검찰 조사에서 질문을 받으며 영장 청구 사실이 수사보고서 형태로 전달됐다는 점도 특이하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성창호·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게 김수천 전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기록을 전달받아 대법원 법원행정처로 넘긴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신광렬 부장판사는 성창호·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게 김수천 전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기록을 전달받아 대법원 법원행정처로 넘긴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서 전 심의관은 이례적이라고 느꼈지만 법원행정처에서 김 전 부장판사 수사기록을 확보한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최민호 판사 사건대응 최종 보고서' 마지막 장에는 "최종적 교훈 및 노하우, 면밀한 수사 상황 점검 및 수사상황 발생 시 기획조정실과 윤리감사실에서 신속한 대응 전략 수립"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최민호(47)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사채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법관이었다. 나름의 '교훈 및 노하우'를 얻은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비리 의혹이 터지자 그대로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신 부장판사가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를 심리하는 성창호,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10차례에 걸쳐 받은 수사기밀에는 김 전 부장판사가 딸 명의로 18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계좌추적 결과가 명시됐다. 김 전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10일 해당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를 전달받은 윤리감사실을 방문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법관이 윤리감사실에서 대면조사를 받는 건 서 전 심의관에 따르면 정당한 절차다. 그러나 감사실을 나온 김 전 부장판사는 당일 뇌물공여자 이 모 씨를 찾아가 1800만원 입금 사실에 대한 허위진술을 요청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5년에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2600만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성 부장판사 등이 김 전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저지하고 증거인멸 기회까지 제공했다고 본다.

피고인 측은 법원에서 대법원에 법관 비리를 보고한 일은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였다고 주장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 등의 공판은 내년 2월 무렵까지 변론을 종결할 전망이다. 정상적인 권리 행사였는지 역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추후 재판은 12월 2일 오전 10시로, 2015~2017년 사법정책심의관으로 근무한 최누림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사의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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