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52) 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했다. 사진은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수원=임영무 기자 |
변호인 "이춘재 자백·수사기관 가혹 행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52) 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 30년 만이다.
박준영 변호사 등 윤 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수원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심청구를 통해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밝히는 것 뿐 아니라, 사법관행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재심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윤 씨 측은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이춘재의 자백)와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허위자백 강요) 등을 재심청구 이유로 내세운다.
이춘재의 최근 자백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씨는 8차 사건을 자백하면서 장갑을 끼고 목을 조르는 등 구체적인 범행을 진술했고, 사진기록으로만 남은 당시 방 구조 등을 정확하게 그린 바 있다.
또 당시 수사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윤 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1989년 당시 작성한 진술 조서엔 '피해자', '주거지', '후문 방향' 등 한자어가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윤 씨가 이런 한자어를 썼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한다. 경찰이 불법적인 체포와 구금 이후 윤 씨에게 쪼그려뛰기 등 가혹행위를 반복한 뒤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씨를 진범으로 확정한 증거인 체모를 검토한 결과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요한 근거다. 방사성 동위원소 결과는 비슷한 환경이나 지역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5개와 음모 5개가 동일인의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박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13세 여중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듬해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농기계 수리공 윤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다. 이후 윤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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