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생운동 세력 배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9일 선종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제74회 기자포럼, 국민통합과 대화합을 위한 우리민족 한마음 포럼'에 참석한 박홍 전 총장. /뉴시스 |
당뇨 합병증으로 투병생활 중 건강 악화
[더팩트|이민주 기자] 과거 1990년대 학생운동 세력 주사파의 배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9일 77세 나이로 선종했다.
박홍 전 총장은 이날 오전 4시 40분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몸 상태가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오는 11일이다.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다.
박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건강 악화로 서울아산병원에 내원해 당뇨 합병증 판정을 받고서 관련 치료를 받아왔다.
천주교 예수회 소속인 박 전 총장은 지난 1989년부터 1996년까지 8년간 서강대 총장을 지냈으며 이른바 '주사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1994년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총장 오찬에서 "주사파와 '우리식 사회주의'가 제한된 학생들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깊이 (학원가에) 침투돼 있다.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 있고, 사노맹 뒤에는 사로청(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사로청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운동권 학생들의 고백성사나 면담을 통해 들었다고 해명했고, 이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공동의장 등 신자 6명으로부터 고해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한편 박 전 총장은 지난 1941년 경북 경주에서 6남4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가톨릭대와 대건 신학대를 거쳐 지난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박 전 총장은 지난 197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서 싸웠던 진보 인사였다.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자 서강대 학생들과 추모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다 학생운동권 내 주사파 세력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이후 보수·반공 성향으로 전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