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61)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 '공란 이력서'에 고강도 신문…"인사팀 지시대로 했을 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녀를 부정 채용하는 형태로 KT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61)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판에 김 의원의 딸 김 모 씨가 증언대에 섰다. 김 씨는 2012년 하반기 대졸 공채 과정에서 있었던 특혜에 대해 인사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김 씨는 검찰 측의 강도 높은 신문에도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지켰지만,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각각 뇌물수수와 공여 혐의를 받는 김 의원, 이석채(74) 전 KT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KT 인사팀 직원 지시 대로 했을 뿐이다.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력파견업체를 거쳐 KT 스포츠단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2012년 4월경부터 KT 공채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취업 준비에만 몰두하는 학생들과 달리 지방 출장이 잦은 사무직으로 일해 준비 시간이 부족해 고민이 많았으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인사팀 직원 '이 대리'에게도 종종 고충을 털어놨다고 증언했다.
이 모 대리는 서류 제출기간이 지났는데도 김 씨에게 이메일로 이력서를 받은 후 공란이 많다며 재작성을 요청한 인물이다. 김 씨는 이 대리를 두고 "KT스포츠단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당시 정수기 앞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스물톡'도 하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제가 대졸공채 고민도 털어놨다"고 했다. 김 씨 증언에 따르면 이 대리는 "이력서를 한 번 검토해주겠다"며 김 씨에게 하드카피(복사본) 형태로 이력서를 미리 제출받았다.
당시 KT 서류 접수 기간은 2012년 9월 1~17일이었지만 KT 인사 담당자는 10월 19일 김 씨에게 면접 일자를 알려주며 2회에 걸쳐 지원서를 따로 받았다. 접수 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 대리가 이메일로 이력서를 제출해 달라고 한 사실에는 "하드카피로 제출하긴 했지만 '문서파일도 필요하신 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인사팀 직원 지시에 따른 것 뿐"이라고 답했다. 제출기한을 넘기고도 이력서를 받고, 별다른 합격 통보 없이 면접 날짜를 알려주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는 검찰 측 신문에도 "인사팀 직원이 지시한 내용이라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못 됐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애초 공지된 서류 제출기한에서 한 달 이상 지난 후 이 대리에게 보낸 이력서에는 다수 항목이 공란인 상태였다. 검찰은 이를 두고 "(이력서를) 어떻게 내든 합격할 거란 느낌"이라고 강도 높은 질문을 던졌다. 김 씨 증언에 따르면 하드카피로 제출한 이력서와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김 씨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답변은 확고했다.
"증인은 KT 대졸공채 하반기를 미리 준비했음에도 인사팀에 이력서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공란으로 보낸 걸 봐서 애초 지원의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검찰)
"아니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 공란이 많았던 게 걱정돼 이 대리님께 검토를 부탁드린 겁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얼마나 빼곡하게 적어서 냈는지는 모릅니다." (김 씨)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내가 이력서를 어떻게 써서 내든 합격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검찰)
"아니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김 씨)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각각 뇌물수수와 공여 혐의를 받는 김 의원, 이석채(74) 전 KT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이덕인 기자 |
검찰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증인신문 말미에 "이 대리가 증인에게 왜 이런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 씨는 이 대리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는 증언 내용을 언급하며 "이 정도 호의는 베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씨가 지원한 경영관리 분야가 무슨 업무를 하는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도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김 씨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저는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적이 없고 지필고사를 본 기억도 분명했다. 그래서 여태까지 인․적성검사를 모두 봤다고 생각했다"며 "(KT 측의) 안내 절차가 정상적이라 여겼고 말단 직원인 저는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채용 당시 아버지는 대선으로 바빠 귀가도 거의 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피고석에 앉은 김 의원은 딸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시간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 의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재판부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추후 공판기일은 22일 오후 2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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