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표지. |
두 여성 작가의 신선하고 과감한 도전, 오디오로 연재하고 책으로 완결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여기 '낙타와 펭귄'처럼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솔직하고 ‘앗쌀하다’. 다른 여자는 자신이 대외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 가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여자는 서로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매일매일 SNS 쪽지로 채팅하듯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두 여자는 어린 시절 다른 이들이 침범할 수 없는 우정을 나누던 단짝 소녀들이 그랬듯이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완연한 어른 여성이 되어 서로 교환일기를 쓰기로 한 두 여자, 그녀들은 바로 요조와 임경선이다. 두 작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환일기’를 육성으로 녹음하여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번갈아가며 업데이트해왔다. 두 여성은 솔직과 가식에 대하여, 어정쩡한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강연하고 글쓰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솔직한 뒷담화들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간 내용을 묶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문학동네)로 책으로 출간했다.
2005년부터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어느덧 개정판 포함 이 책으로 꼭 20권째의 책을 출간한다는 베테랑 ‘저술업자’ 임경선. 그리고 뮤지션, 작가,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자, ‘책방 무사’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야기와 자신을 연결하고 있는 여자, 요조. 이 두 여자의 내밀한 속이야기는 어쩌다 수다의 울타리를 넘어 책으로 묶였을까.
어린 시절, 친한 친구와 알록달록한 노트 혹은 자물쇠가 달린 하드커버 노트에 비밀스럽게 주고받던 교환일기의 추억이 두 여성 작가의 대화에서 되살아난다. 사람이 핑퐁처럼 주고받는 주제와 대화들은 따뜻하고, 때론 신랄하며, 더없이 친하고 편한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는 너무 적나라해서 낄낄거리면서 읽게 되다가도, 서로에게 고백하는 내밀한 마음의 풍경은 가슴을 찌른다.
제대로 된 페이를 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임경선과 여기저기 자신을 찾는 곳마다 너그럽게 응하다가 자신을 ‘내가 좀 잘 아는 유명인’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상처받는 요조. 여동생을 사고로 잃은 아픔을 몸에 문신으로 새긴 요조와 갑상선암을 앓았기에 먼 미래의 삶을 상상하기보다는 가까운 일상을 먼저 돌본다는 임경선.
30대 후반의 요조와 40대 후반의 임경선은 서로 왜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느냐고 서로 놀리고 놀라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과 앞으로의 소망을 공유한다. 두 여성이 나누는 생리와 유부녀의 지방출장,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해져야 하는 페이 협상법과 결코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삶, 섹시함, 운동 권하는 사회 등에 대한 다양한 화제들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성과 인간관계, 일과 사랑, 사소한 일상에 대한 애틋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글쓰고 노래하고 영화 만들고 제주에서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여자 요조의 본명은 신수진이다. 1집 'Traveler', 2집 '나의 쓸모', 스페셜 앨범 'My Name Is Yozoh', 단편영화로 만든 EP 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오늘도, 무사'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등이 있다.
글쓰는 여자 임경선은 2005년부터 글을 쓴 이래, 산문 '엄마와 연애할 때' '나라는 여자' '월요일의 그녀에게' '태도에 관하여'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로울 것'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다정한 구원', 소설 '어떤 날 그녀들이' '기억해줘] '나의 남자'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을 펴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임경선의 개인주의 인생상담’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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