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채용 청탁 모른다" 유리한 증언 잇달아

[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송주원 기자] KT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자녀의 정규직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61)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판에 전직 KT 임원과 의원실 비서관이 증언대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이석채(74) 전 KT 회장이 2012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는 대가로 김 의원의 딸 김 모 씨의 채용을 부탁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이메일을 작성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이들은 김 의원이 KT 측에 부정채용을 청탁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일 오전 10시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 의원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회장은 사내 채용 업무를 방해한 죄로 10월 30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에 열린 오전 기일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오후 기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 기일에는 2012년 김 의원의 선거구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KT 지사장으로 근무한 여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2년 10월 김 의원이 상임위원으로 있던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가 끝난 지 약 2주가 지났을 무렵 여 씨는 서 전 사장에게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미팅에서 만난 김 의원이 자기를 도와줘서 고맙다며 다가올 일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여 씨가 김 의원을 만난 날은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전 날이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서 전 사장에게 감사를 표한 경위와 '다가올 일'이 무엇인지 신문했다. 여 씨는 이메일에 적은 내용은 허위라고 털어놨다. 여 씨는 "김 의원이 실제로 제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과 서 전 사장이 친분이 있는 사이라 '제가 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걸 서 전 사장에게 어필하려고 그런 내용을 적었다"며 "해당 이메일은 바로 보고할 사항이 담긴 것도 아니라 김 의원을 만나고 2주나 있다가 보냈다. 서 전 사장이 저를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에 김 의원의 말을 제 의도대로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과 서 전 사장의 친분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는 "김 의원이 KT 출신 국회의원이라 서로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다"며 "KT 전국지사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도 서 전 사장에게 저를 좀 기억해 달라는 의미에서 '제가 가양지사장인데 김 의원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살을 붙여 인사했다"고 강조했다. 서 전 사장은 지난달 30일 이 전 회장과 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비롯해 총 6명의 KT 부정채용에 연관된 혐의를 받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오후 2시에 속개된 재판에는 2012년 김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던 이 모 씨의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 씨는 2012년 10월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은수미(56) 성남시장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발언을 한 녹음과 속기록 등이 첨부된 이메일을 KT 측에 보냈다. 또 은 시장이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옛 새누리당을 비판한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도 포함됐다.

KT 측에 이메일을 보낸 경위를 묻는 검찰 측 신문에서 이 씨는 "당시 국정감사에 위원들이 술에 취한 채 임했다는 논란이 일어 기자들이 제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간사들에게 파일을 받아 기자들에게 보내려던 것"이라며 "기자들에게도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기자의 실명을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다 해당 기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에게 유리한 증언이 이어지자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이메일 전송 경위와 김 의원이 KT 측에 인사 청탁을 한 내용을 들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질문이 전부였다. 두 증인 모두 해당 내용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회장이 5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KT그룹 채용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의 자녀를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날 재판하며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이 전 회장의 유죄는 KT 내부 사정이다. 저와는 별개"라고 말했던 김 의원은 휴정시간 방청객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감사 인사를 하는 등 당당한 모습이었다. 변호인 3명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교류는 짧은 악수와 대화가 전부였다. 약 5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난 후 이 전 회장은 교도관과 수용자가 드나드는 출입구를 통해 법정을 나갔다. 김 의원은 복도에 모인 취재진과 방청객과 악수를 한 뒤 법원을 떠났다.

추후 공판기일은 11월 7일 오전 10시로, 김 의원의 딸 김 씨의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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