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회장 항소심 '6·25 서적' 두고 열띤 공방
입력: 2019.10.30 18:54 / 수정: 2019.11.01 12:49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부영 회계 담당자 "비용 지원 문제없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4000억 원 대의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 측이 항소심 4차 공판에서 6‧25 전쟁 서적 출판 대금을 놓고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사항 중 일부가 받아들여져 2004년 회사로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240만주 상당의 주식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에 힘을 더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4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항소심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부영그룹 본사 외 4개 계열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구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구 씨는 이 회장이 개인 서적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 246억 8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회사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계열사 자금으로 출판 비용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계열사 자금을 빼돌렸다고 보는 2015년 4월 부영그룹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이 회장의 저서 '6‧25 전쟁 1129일' 출판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한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에 따르면 2014~2015년 전국 각지 관공서와 협회 등에서 해당 서적을 기증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급히 출판 부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작성된 보고서다.

구 씨는 "2014년 말부터 여러 공익단체에서 200만부 이상 기증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저희로서는 서적에 부영그룹 마크도 있으니 200만부 이상 기증하면 회사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내용도 6‧25 전쟁이라는 공익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기업) 이미지 재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회사비용으로 부담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건에 제시된 5가지 방안 중 하나가 부영그룹 계열 동광주택에서 가지급 후 연내처리 방식으로 자금을 대는 것이었다. 구 씨는 "재원 마련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우선 동광주택에서 자금을 지원한 후 추후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다시 처리하겠다는 의미"라며 "동광주택이 주기적으로 회계 감사를 받는 회계법인에서도 가지급 방식으로 금액이 지출된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의 300만 회원 시대 선포식이 열린 2015년 9월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에게 6.25전쟁 1129일 도서 151만부를 기증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자유총연맹의 300만 회원 시대 선포식이 열린 2015년 9월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에게 '6.25전쟁 1129일 도서' 151만부를 기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해당 서적이 담은 내용과 무관한 업무를 하는 계열사에서 수백억 원의 출판 대금을 지원한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6‧25 전쟁과 관련 없는 동광주택에서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이 회장 개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서적을 위해 쓰였는데 사내에서 반대의견은 없었냐. 임대 보증금으로 수조 원대 채무를 진 상태인 회사돈을 빼 가는데 이견이 없었다는 거냐"며 "혹 사내에서 반대 의견을 말할 분위기가 못되는 건가"라고 강도 높은 신문을 이어갔다. 구 씨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후 검찰은 "이 사건은 회계처리 문제가 아니라 임대주택 회사 자금을 본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써서 입주민 피해가 발생한 게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 역시 동광주택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사실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동광주택의 출판 자금 지원 정당성 여부가 2심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9월 2심 2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내용을 일부 받아들였다. 기존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4년 횡령 사건으로 기소됐을 당시 부영그룹 차명주식 240만주를 광영토건에 양도하겠다고 재판부에 약속했으나 사적으로 썼다. 이날 재판부 허가로 검찰은 이 회장이 해당 범행으로 145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 중 출판 자금 횡령 등 일부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지난해 7월부터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던 이 회장을 법정구속하지 않기로 했다.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 등 대부분 공소사실은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지난 8월부터 2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의 항소심 5차 공판기일은 11월 27일 오후 3시 30분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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