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직원들이 로비를 지나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
피고인 측 "분식회계부터 사실아냐…양형 고려해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전원에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분식회계 의혹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아 증거인멸죄 적용이 어렵다고 팽팽히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28일 오전 10시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 임직원 8명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을 예고하자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업지원TF 임원에게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모 상무에게 징역 3년, 김모 부품전략담당 부사장과 박모 보안담당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6개월, 회의를 주재하고 자료 정리를 지시했던 이모 자금담당 부사장에게 징역 4년으로 가장 무거운 형을 구형했다.
삼성바이오 임직원들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봤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에게 징역 3년, 이모 부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자료 삭제를 위해 IT기술 지원을 제공한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에게 징역 3년, 보안담당 사원 안모 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중대함은 총체적 법 질서를 교란했다는 것에 있다. 재계 1위 기업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금융감독 당국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린 충격적 사건"이라며 "수사관이 흡착기로 사무실 바닥을 뜯어내 은닉한 컴퓨터와 노트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민 세금으로 돌아가는 국가기관 수사를 방해하는 등 법 질서에 큰 위해를 가했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삼성바이오 측은 피고인 최후변론에서 증거인멸 혐의의 전제인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증명되지 않아 유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제일모직이 규모가 큰 삼성물산을 각각 1:0.35 비율로 합병했다고 문제 삼는다. 합병 비율은 회사 자산 규모뿐 아니라 합병 당일 또는 일주일~한 달 전 회사 가치를 고려해 형성된다"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분식회계 목적은 제일모직의 고평가를 위해서라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는 합병 이후에 이뤄졌다. 합병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 의혹과 별도로 자료 삭제와 은닉 행위 등 공소사실을 놓고는 "피고인들은 대규모로 많은 자료를 지우고 은닉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 대부분이 삼성에서 일하며 다른 사건으로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연이어 겪은 점, 중요한 양형 요소인 분식회계 의혹이 아직 기소되지도 않은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
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열린 '어린이날 회의'에서 증거인멸 방침을 정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 부사장 등 7명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려고 실무진에게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기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1심 선고기일은 12월 9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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