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법정에 선 김학의 부인 "눈물과 분노"
입력: 2019.10.23 00:00 / 수정: 2019.10.23 00:00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뇌물도 막말도 부인…"저 때문에 남편 이렇게 된 것 같다"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이르면 내달 1심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에 부인이 증언대에 섰다. 부인 송모 씨는 자신의 이모 계좌로 김 전 차관이 뇌물을 건네받았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별장에서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폭언을 한 적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22일 송씨는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월 김 전 차관이 윤중천 씨에게 뇌물로 받았다고 보는 약 1억 7000만원에서 사업가 최모 씨가 건넨 1200만원 상당의 뇌물 혐의액을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지난 8월에는 김모 전 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 5000만원 상당의 돈을 2000~2009년에 걸쳐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금액이 흘러들어간 계좌는 부인 송씨의 이모 A씨의 명의다. 이날 재판에 증인석에 선 송씨는 이모 A씨가 뇌물 목적으로 혐의액을 받지 않았으며, 남편 김 전 차관은 A씨와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사이라고 증언했다.

송씨는 변호인 측 신문에서 최씨와 김 전 차관 일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IMF가 막 지난 시점 아파트 사업을 한 최씨가 판·검사 부인이 분양 받으면 잘 팔릴 거라고 말하더라. 저희 부부는 모델하우스를 한 번 구경했고, 이모님과 지인 7~8명에게도 아파트를 소개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부부는 집안 어른의 도움으로 서울 모처에 아파트를 구했다. 최씨에게 혜택받을 생각 자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증언한 김 전 차관 부부가 거주하던 아파트 경비실을 통해 상품권 100만원을 매년 명절에 전했다는 내용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지난 7월에 당시 살던 아파트 경비실에 확인하니 내규상 경비실에서 돈을 받지 못하게 돼 있더라"고 강조했다.

역시 A씨 계좌로 1억원이 넘는 돈을 건넨 김모 전 회장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과자 사주고 무등도 태워주는 절친한 사이였다"며 "제 남편, 이모님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부유했던 이모부가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김 전 회장의 사업을 도와준 적 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이 A씨 계좌나 체크카드를 아는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 이모님은 지금도 남편과 서로 존대한다. 저 없이는 둘이 대화도 안하는 사이"라며 "제 남편은 어린 아이처럼 돈을 모른다. 지갑도 안 가지고 다녀 제가 카드를 남편 양복 주머니에 꽂아줬다"고 잘라 말했다.

송씨는 변호인 측 신문 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재조사로 김 전 차관이 기소된 이야기를 꺼내며 "제 부덕함으로 크게 될 제 남편에게 피해를 끼칠까 집에서 밥하고 아이만 키우며 살았다. 남편이 지금 이렇게 된 건 다 제 탓인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피고석의 김 전 차관 역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약 2주가 남았던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 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피해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더팩트DB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약 2주가 남았던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 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피해여성이 발언하고 있다. /더팩트DB

송씨는 검찰 측 반대신문에서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재판의 핵심인 '별장 성접대'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에게 회유나 폭언을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송씨는 "2017년 11월경 남편이 일하는 사무실에 (피해 여성이) 수차례 전화해 제가 만나게 됐다. 들어보니 급한 사정이 있어 같은 여자로서 다독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제 남편 사무실에 자꾸 전화하니 이제 겨우 일을 시작한 남편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했을 뿐이다. 회유는 꿈도 못 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검찰이 질문할 때마다 "검사님, 왜 제게 그런 걸 물으시냐"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재판부가 "물 한 잔 마시고 검사가 묻는 질문에 답하시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송씨는 증인신문이 끝난 후에도 법정 앞 복도를 지키다 남편 김 전 차관이 법정에서 나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일행과 법원을 나섰다. 송씨 일행은 "아무 말도 못할 줄 알았는데 잘했다"며 서로 북돋기도 했다.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오는 25일 오후 3시로 잡고, 피고인 신문 후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후 검찰 구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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