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조국 국감' 윤석열 총장을 화나게 한 두가지
입력: 2019.10.18 05:00 / 수정: 2019.10.18 05:00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를 듣고있다./배정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를 듣고있다./배정한 기자

'한겨레 고소' '정경심 기소' 나오자 불쾌한 반응

[더팩트ㅣ장우성·송주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 10시간 가까이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부분 평정심을 유지했으나 딱 두 번 화를 참지 못 하고 폭발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이 뻔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거듭돼도 받아 넘기던 윤 총장이었지만 유독 참을성을 잃은 순간이 있었다.

첫번째 장면은 검사 후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연출됐다. 금 의원은 윤 총장의 한겨레 고소를 문제삼았다. 한겨레는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의 핵심인물 윤중천 씨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관계자 면담 당시 "윤석열 검사장을 알고 있으며 별장에 왔던 것 같기도 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도 검찰이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총장은 한겨레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에 사건 배당됐다.

금 의원은 "한겨레의 기사는 대단히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지만 "서울동부지검 초임검사 시절 선배 검사들에게 '검사는 고소하는 게 아니다'라고 배웠다. 검찰의 최고책임자 검찰총장이 고소를 한다면 일반시민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소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자코 듣던 윤 총장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고소한 적 없다. 인터넷, 유튜브에서 어마어마한 공격을 받았지만 한 번도 고소하지 않았다"면서도 "한겨레 보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론 중 하나가 확인없이 기사를 1면에 기재했기에 제 개인이 아니라 검찰 기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기사 핵심이라지만 검찰총장이 윤중천에게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걸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내용"이라며 "해당 언론사가 취재과정을 다 밝히고 명예훼손된 부분을 같은 면(1면)에 사과한다면 고소 유지를 재고해보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많은 의원들이 한겨레와 법적 싸움을 만류했으나 윤 총장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두번째 장면은 평소 윤 총장에게 호의적이고 '문재인·조국·윤석열은 공동운명체'라고 주장해온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의 질의 도중 일어났다.

박지원 의원은 검찰의 정경심 동양대 교수 수사와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를 견줘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윤 총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 의원은 특유의 달변으로 "총장님 인사청문회 때 그렇게 반대하신 분(자유한국당)들이 조국 장관 물러가라고 했다. 이제는 왜 물러났냐고 한다"며 "조국 장관이 사퇴했는데 왜 한국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문재인 지지율은 올라갈까. 이것이 민심이다. 그렇기에 검찰도 수사를 신속·정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그러나 연이어 정경심 교수 수사와 사문서 위조 혐의 기소 문제를 꺼내자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못 했다.

법사위 12년 경력의 박 의원이 "조국 일가 사건을 더이상 수사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고 떠보자 윤 총장은 일단 부인하면서 "국감이 끝난 뒤 보고를 듣고 논의해보겠다"고 피해갔다. 정경심 교수 '동양대 표창장' 공소장의 허술함을 꼬집자 "수사 상황은 말할 수 없다"고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검찰 수사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 첫 기소 때도 공소장이 정확해야 한다"고 지적의 수위가 올라가자 어이없다는 듯 "충분히 알고 있다"고 대꾸했다.

이어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안 하고 기소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혐의가 있는 의원은 검찰 소환 불응이 더 많다. 검찰이 소환했을 때 소환에 응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분들도 (조사없이) 기소할 건가"라고 묻자 윤 총장은 상체를 젖히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불쾌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수사내용에 대해 자꾸 말씀하시는데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좀 어렵다. 어떻게 기소할 거냐 말 거냐를 질문하시냐. 국정감사 공개적 자리에서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보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박 의원이 "보호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윤 총장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패스트트랙과 정경심 교수 문제를 왜 연관짓는지 모르겠다.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 조금 있으면 드러날텐데 조금 더 기다려주시라"고 잘라 말했다.

윤 총장은 야당의 공세에 긴장했던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가끔 미소를 보였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좀처럼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메모하는 척하면서 웃음을 꾹 참는 순간은 있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신상발언을 자처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는 정당방위였다. 사법이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이어가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장님. 빨리 조사 좀 하세요. 안하니까 대놓고 이러잖아요"라고 외쳤을 때였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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