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칼잡이의 산실' 특수부 46년 만에 퇴장
입력: 2019.10.16 05:00 / 수정: 2019.10.16 05:00
윤석열 검찰총장은 특수통을 대표하는 스타 검사다. 사진은 취임일인 7월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윤 총장./이새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특수통'을 대표하는 스타 검사다. 사진은 취임일인 7월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윤 총장./이새롬 기자

3곳만 남겨 '반부패수사부'로…조국 수사 끝나면 더 축소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칼잡이'들이 모였던 전국의 검찰청 특수부가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 대구지검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특별수사부'라는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변경됐다.

정부는 15일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 호남, 영남 각 1개 검찰청 특수부만 남긴채 수원과 인천, 대전, 부산지검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이로써 1973년 신설된 특수부는 4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공안부가 56년 만에 공공수사부로 전환됐다.

◆서울·대구·광주만 존치...이름은 '반부패수사부'

전국 18개 검찰청 가운데 3개 청에만 특수부가 남는다. 14일까지는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7개 청에 특수부가 있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임기 2년 동안 창원지검 등 전국의 특별수사 부서를 41개에서 7개로 줄인데서, 다시 3곳으로 줄어들었다. 명칭 역시 '특별수사부' 대신 '반부패수사부'로 변경됐고, 수사 범위도 기존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할 수 있었던 것에서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및 중요 기업범죄 등으로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도 대폭 줄었다.

기존 7개 지청 가운데 서울·대구·광주 3곳을 제외한 수원·인천·대전·부산 등 4개 검찰청의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부서당 4~5명이 근무했던 각 지청의 검사들은 형사부에서 일하게 됐다.

시행일 기준 각 검찰청 특수부에서 수사 중이던 사건에 대해서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수사는 중앙지검에서 계속 이어가게 됐다. 다만 조 전 장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존 1~4부 4개 부서, 40여명의 검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중앙지검 특수부 개수와 인력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를 제외한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심의·의결됐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를 제외한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심의·의결됐다. /뉴시스

◆ 검찰조직 엘리트 코스에서 개혁 대상으로

'거악 척결'을 내건 검찰의 간판부서인 '특별수사부'가 신설된 것은 1973년이다. 당시 대검찰청에 특수부가 창설돼 수사국 역할을 하게됐고, 다음해에는 서울과 부산에도 특수부가 생겼다. 대검 특수부는 1981년 중앙수사부로 확대, 개편돼 검찰총장 하명사건 수사를 비롯 권력형 비리와 중요 경제범죄 사건 등을 수사했고, 전국 지검과 지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지휘했다. 대검 중수부와 검찰청 특수부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조직의 '엘리트'로 평가받으며 자부심을 드러냈고, 이른바 '특수통'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검 중수부와 특수부 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인권침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이후 창설 이래 가장 심한 역풍을 맞았고 2013년 중수부는 결국 문을 닫았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로 권력형 부패 범죄 수사력에 우려가 높아지면서 특수부는 덩치를 더 키웠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특수부 입지도 점차 좁아졌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지난 5월 임기 2달을 남기고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겠다며 특수부를 전국 7곳에만 뒀다. 지난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검찰청 특수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 개혁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이르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퇴 의사를 밝힌 14일 특수부 폐지와 명칭 변경, 심야조사 금지 등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사회 정의 실현했지만 '표적수사' 오명도

특별수사부는 '특별'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일반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닌 인지수사를 맡아왔다. '정치검사'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사회적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농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서는 특수부 폐지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는 그동안 정치 검찰, 표적 수사 등의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 오지 않았냐"며 "개혁 국면에서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의 특수부 폐지는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적폐 청산 수사에 일조한 특수부가 오히려 적폐로 몰린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반응도 있다. 특수부 검사들이 매일 같이 야근을 마다않고 중요 사건을 수사하며 우리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23명이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가 지난해 적폐청산 수사 때에는 43명까지 늘어났다"며 "이제서야 특수부를 줄인다는 것은 굉장히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률 기자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률 기자

특수부 축소·폐지가 시작됐지만 검찰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과 평검사 등이 참여할 수 있는 5~60명 규모의 검찰인사위원회를 재구성해 집중토론 등으로 정치권력과 검찰의 유착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검찰개혁의 성패는 검사 개개인의 분별력"이라며 "현재 검사들은 검찰 내 미투나 세월호, 장자연 사건 등 공익과 연관된 중대 권력범죄 수사를 외면하고 있다. 헌법체제나 국가차원에서 권력을 운영하는 안목을 제대로 체화하는 검사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14일 발표된 개혁방안들 중 특수부 축소 등은 이미 전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임기 중에도 권고됐지만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다"며 "본질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검찰을 넘어 국회가 제도화를 통해 완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happ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