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그 양반 항상 그런 식이야" 임종헌이 짜증 낸 이유
입력: 2019.10.12 05:00 / 수정: 2019.10.12 05:00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2013년 11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사법농단' 공판 심준보 판사 증인 출석…통진당 소송에 개입 증언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심준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3년 서울변호사회가 뽑은 우수판사 10위 안에 들었다. 그는 평소 "청와대와 법원은 불가근 불가원한 관계이어야 한다"며 법원 독립성에 강한 소신을 갖고있다. 그런데 왜 그는 사법농단 공판 증언석에 앉게 된 것일까.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 속행 공판에 증인 출석한 심준보 부장판사는 2016년 2월~2017년 11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지냈다.

고영한 처장, 임종헌 차장,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당시 그가 모셨던 상관들이다. 이들은 모두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심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의 눈엣가시였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를 위한 법원행정처 논의 과정에 참여했지만 실질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아 대법원의 징계는 피했다.

2016년 법원행정처 정운호 게이트 TF의 팀장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전관예우 폐단의 전형을 보여준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일탈 행위로 법원에 쏟아진 비난을 피하고 검찰을 견제하려 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2016년 5월 정운호 게이트의 주요인물인 송창수 이숨투자자문대표 사건을 검색한 이유를 검찰에게 추궁당했다.

"2일간 2회씩 송창수 사건을 검색한 이유가 뭔가요?"

"한참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뉴스를 들었거나 해서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모 판사에게 정운호 검찰 수사 문제점 문건을 보고 받으셨죠?"

"보고서 내용을 설명 들은 기억은 납니다."

"검찰 수사 문제점을 분석하는 게 사법정책실 고유 업무인가요?"

"그게 송창수 사건을 열람한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묻는 것 같아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0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0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정운호 TF 팀장을 맡게 된 건 임종헌 차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사법농단 관련 공판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인 임 차장은 사법연수원 4기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7년 선배였다. 대하기 힘든 선배였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걸 직접 다 챙기시죠. 여러 사람에게 일을 시켜 일을 중복돼 하게 된 사람이 허탈해하는 경우도 있었죠. 매우 꼼꼼하고 만기친람하는 분입니다. 당신 먼저 빨리 달려나가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그랬을까. 그는 재판 개입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2016년 2월 행정처 실장회의에서 임 차장은 김광태 광주지법원장을 두고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 양반은 항상 그런 식이야."

행정처는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행정소송을 다룬 의견서를 담당 재판부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법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규진 상임위원은 "재판장(박길성 부장판사)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이후 청구 기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통진당 의원들은 승소했다.

2016년 4월 통진당 의원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이 나오자 임종헌 차장은 실장회의에서 "결론이 잘 났다"고 했다. 이후 이 재판은 법원행정처가 배당시스템을 조작해 특정 재판부에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을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보고받았을까.

심준보 부장판사는 "막연한 추측이지만 중요한 사항이라 보고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만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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