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유시민 알릴레오'가 불붙인 증거인멸 논란
입력: 2019.10.11 05:00 / 수정: 2019.10.11 09:20
유시민(오른쪽) 사람좋은세상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투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3회 영상 중 일부. 왼쪽은 이날 방송에서 사회를 맡은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유투브 갈무리
유시민(오른쪽) 사람좋은세상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투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3회 영상 중 일부. 왼쪽은 이날 방송에서 사회를 맡은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유투브 갈무리

"증거인멸 인정했다"는 자산관리인…"정 교수 지시 없었다" 취지 증언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사태'의 분수령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에 큰 변수가 될 '증거인멸죄' 논란이 불붙었다. 10일 공개된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의 '알릴레오' 인터뷰 녹취록에는 여러 사실이 뒤섞여있다.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연구실 개인 컴퓨터를 반출한 김 차장은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녹취록으로 정 교수와 김 차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사실상 확인됐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아직 혐의 입증과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도 나온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죄를 증거인멸로 정의한다. 증거를 없애버리는 등 증거로서 효력을 완전히 잃게 만드는 범죄행위를 인멸,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각각 은닉과 위조로 부른다.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통상 이 3가지 행위를 합쳐 '증거인멸죄'로 부른다.

인터뷰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김 씨는 "(증거인멸 관련) 제가 (검찰 조사에서) 인정했다", "(정씨 PC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제출했지만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제가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고, 그거는 다 인정했다"며 "정 교수님도 그것은 거부(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동양대에 컴퓨터를 가지러 간 이유를 증거인멸이 아닌 "유리한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질문에는 "없애라고 했으면 제가 다 없앴을 것이다. 시간도 많았고"라며 "검찰에서 (하드디스크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바쁜데 왜 가져오라고 그러나(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증거은닉 3박자는 '타인·의도·증거'

인터뷰 전문에 나타난 김씨의 행위는 그 자체로 증거인멸(은닉)일까. 전문가들은 김씨가 컴퓨터를 반출한 행위 자체만으로 증거은닉을 저질렀다고 보기 이르다고 분석한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김씨가 타인인 정 교수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할 의도로 움직였다면 김씨는 증거인멸 정범, 정 교수는 교사범이 된다"면서도 "유 이사장과 KBS가 김씨의 말을 편집해서 보도했다는 것 때문에 분위기가 과열됐지만, 녹취록 전문에 드러난 김씨 진술로도 증거은닉죄에 무게를 싣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B 변호사 역시 "문제가 된 인터뷰 내용만 봤을 때 김씨가 컴퓨터를 들고 나오면서 타인의 형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증거를 은닉하겠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어쨌든 원래 컴퓨터가 있던 자리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은닉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는 말을 외부에서 듣고 이에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녹취록 전문에서 증거를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는 또 다른 행위인 하드디스크 교체에 대해서 김씨는 "(정 교수가) 진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 하셨다. 끝나고 와서 다시 설치해 달라고 하셨다"며 증거인멸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가 고의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반출했더라도 해당 물품에 실효성있는 증거가 없다면 증거은닉 행위로 보기 어렵다. B 변호사는 "반출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에 실효성 있는 증거가 있는지도 봐야한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자료가 없었다면 김씨의 행위를 은닉으로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증거'를 은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알릴레오 인터뷰 사회를 본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역시 문제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가 증거로서 효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 변호사는 10일 오전 YTN '노영희의출발새아침'에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하드디스크 안에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를 없애라는 지시를 (정 교수에게) 받고 행동했으면 죄가 성립된다"며 "그 안에 관련 증거가 없었던 걸로 보인다. 지금 검찰이 하드디스크를 제출받고 나서도 다른 압수수색을 계속 진행 중이지 않나"라고 했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9월 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9월 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 "의도 없다는 건 주장…증거인멸 정황 충분"

일각에서는 김씨의 행적을 볼 때 증거은닉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점이었는데도 오후 11시30분이라는 업무 외 시간에 경북 영주시까지 가서 컴퓨터를 반출하는 등 고의성이 다분한 행동을 보였다는 이유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에 따르면 증거인멸 행위란 공소 제기를 예상하고서 실행하는 행위로, 김씨의 반출 시점처럼 수사 개시 전 행위도 포함된다"며 "증거인멸죄 적용은 판례나 법리적 검토보다 재판부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봤을 때 인멸 우려가 높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김씨의 행적 역시 (증거인멸죄로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김씨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할 의도가 없었다는게 증명되면 증거인멸죄 적용은 어렵다. 다만 사건 당사자는 얼마든지 자신의 행위에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김씨의 행동이 증거은닉이 아니라면 앞으로 형사사건에서 법망을 피해 증거를 인멸·은닉하는 행위를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이사장이 정 교수의 컴퓨터 반출이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것에도 "정 교수 측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 역시 이미 범죄행위에 이른 후다. 만약 은닉죄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임의제출 사실이) 정상참작은 되겠지만 혐의내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일각에서는 증거 보존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형사소송법에 증거보존절차가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에 사건 관계자가 증거 보존을 위해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재단이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제작진은 10일 오후 김씨와의 녹취록 전문을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제작진은 전문 공개 이유로 "유 이사장과 김씨의 인터뷰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를 존중한다. 짜깁기 편집, 악마의 편집 등 진실공방까지 번지고 있어 제작진은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를 시민 여러분께 맡기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유 이사장에게 "인터뷰 내용에 후회없고 언론과 검찰의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것에 만족한다"고 말한 메시지 갈무리를 공개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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