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인천지검, 수원고검, 수원지검, 춘천지검 국정감사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가운데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정치권·검찰, 금지 강화에는 공감대…"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거치면서 논란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여야, 검찰이 다투는 듯 보였지만 공감대도 엿보였다. 피의사실 공표는 지금보다 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는 점에는 사실상 이견이 없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 권성동 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김성태 의원의 KT 채용비리 사건 등에는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상 옹호했는데 조국 법무부 장관 사건이 터지자 의견이 180도 바뀌었다는 지적이었다.
대변인 시절 피의사실 공표를 활용했던 과거 발언으로 장 의원의 표적이 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장 의원의) 민주당에 대한 많은 비판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법사위에서 많이 제기된 게 피의사실 공표 문제다. 야당도 야당이 유리할 때는 피의사실 공표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고 그 점에서는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것을 서로 비판하기 보다 여야가 모두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으니 생산적인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실제 장제원 의원도 지난 4월 법사위에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KT 채용비리 사건 피의사실 공표를 놓고 "악질적 범죄행위를 감찰을 해서라도 밝혀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장 의원은 백 의원의 제안에 조국 장관 선 사퇴를 전제로 했지만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에는 거듭 찬성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어떤 이유든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 피의사실 공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헌법 제27조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하며 형법 제 111조에는 범죄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2009년 제정된 검찰 공보준칙에는 예외적으로 국민 알권리를 이유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고 있다. 법률에서 3년 이하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예외를 규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공보준칙이 가능한가. 시기적인 문제는 논란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는 사라져야 한다. 조국 장관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남긴 검찰의 낮은 단계 개혁이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피의사실 공표 금지 논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배정한 기자 |
검찰도 연이은 논란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여당 의원들에게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추궁당하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피의사실이 공표되지 않도록 수사팀 검사들에게 각서를 받고 차장이 교육도 시키고 있다. 수사팀도 위축된다"고 억울한 기색을 보였다.
검찰발 기사로 오보가 나와도 손을 쓸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성범 검사장은 "검찰 관계자로 나온 부정확한 보도는 원칙적으로 오보 대응해서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A가 아니라고 하면 언론에서 질의하고 확인을 하는 과정이 생기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수사팀에서 나가지 않은 부정확한 내용인데 오보라는 걸 입증하려면 수사 정보가 공개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검사 출신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피의사실 공표가 계속되면) 검찰이 언론공작을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검찰이 신뢰를 받으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국 장관 사건만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야당 원내대표(김성태 의원) 사건 등에도 반복돼왔다. 검찰이 반드시 개혁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일본 도쿄지검을 예로 들며 피의사실 공표로 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출입을 금지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법무부 역시 최근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검찰 공보준칙을 개정하려 했으나 검찰의 조 장관 가족 수사가 끝난 이후로 시기를 늦춘 바 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