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촛불 든 70대 "검찰 행태 보니 노무현 떠오르더라"
입력: 2019.10.06 00:00 / 수정: 2019.10.06 07:59
5일 오후 6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를 연 가운데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효균 기자
5일 오후 6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를 연 가운데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효균 기자

서기호·전우용·이은미 등 각계 인사 "검찰개혁"…보수단체 집회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주변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서기호 변호사와 역사학자 전우용 씨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무대에 나와 검찰개혁을 촉구했고 가수 이은미의 깜짝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 청년층 못지 않게 60~70대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서초역 인근 사거리부터 예술의전당 일대를 가득 채운 촛불 인파 속에는 "우리가 조국이다", "검찰개혁, 정치검찰 OUT"이라고 쓰인 노란 피켓을 들고 서있는 노년층 시민도 다수 포함됐다.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60~70대 시민이 조 장관에 대한 지지와 검찰개혁 의지에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받았다. 무대에 선 한 자유발언자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위모(74) 씨는 서초동에 나오게 된 이유를 묻자 "젊었을 때 돈벌기 바빠서 데모나 운동에 관심도 없었다. 제 연배는 '저기'(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진행한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근처)에 많겠지만,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니 참다 못해 나왔다"며 "검찰의 행태를 보니 생전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애먼 양반을 검찰과 언론이 괴롭혀 죽음으로 몰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다. 그런데 법을 가장 잘 지켜야할 검찰은 법보다 권력을 탐하고 있다. 독재 정부가 검찰을 허수아비처럼 세워둔 '앞잡이 시절'을 못 잊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서울에 사는 6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 집회부터 참석했는데 이번 주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를 축소한 걸 보고 '아, 그래도 우리가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나오게 됐다"며 "이 기세를 몰아 검찰개혁 의지가 남다른 조 장관을 지키려는 마음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래 지인들도 많이 참석했다는 3일 서울 광화문 광장 조 장관 반대 집회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김씨는 "저는 제 또래가 많이 가서 그런지 광화문에 모였다는 300만명의 시민이 밉지 않다. 시민이라면 이런 목소리, 저런 목소리도 내는게 건강한 것"이라면서도 "자유한국당이 대대적인 진행을 맡은 걸로 아는데 정당에서 민심을 색깔로 나누는 건 정말 갑갑하더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총장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특수부를 축소하고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지만 만족할 수 없다는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지지한다는 노충호(25) 씨는 "수사권 남용 의혹과 동떨어진 지방의 검찰청 산하 특수부를 폐지한 것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제 양쪽에 서있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라며 "아직 모든 비리가 의혹에 불과한 조 장관 일가를 10시간 이상씩 소환조사하면서 검찰개혁에 앞장서는 척 하는 '보여주기식' 결단"이라고 비판했다. 임용고시 준비생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 도모 씨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집회는 시험 준비한다고 참여를 못한게 아쉬워서 열심히 참여 중"이라며 "특수부 축소와 공개소환 폐지로는 우리가 원하는 검찰개혁까지 가기에 한참 멀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사회 각계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해 많은 성원을 받았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조 장관을 임명하지 말라는 검찰 쿠데타"라며 "지난주 국민이 검찰개혁을 외치니 비로소 뭔가 하는 척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검찰'은 소나기를 피하려는 목적일 뿐 진정한 검찰개혁 의지는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쫓아내려고 자녀들의 어린 시절 일기장까지 탈탈 털면서도 아무 견제를 받지 않는 조직이 있는게 바로 우리 사회"라고 꼬집었다.

약 3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가수 이은미의 '깜짝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이은미는 애국가와 자신의 인기곡을 여럿 열창하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힘을 더했다.

5일 서초동 일대에는 오후 1시 우리공화당에서, 오후 4시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에서 맞불집회를 벌였다. /이효균 기자
5일 서초동 일대에는 오후 1시 우리공화당에서, 오후 4시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에서 맞불집회를 벌였다. /이효균 기자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오후 1시 우리공화당이 '조국 구속 태극기 집회'를, 오후 4시에는 자유연대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가 집회를 열고 "조국 구속 수사"를 외쳤다. 오후 6시 촛불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에는 "조국 구속"이라는 구호가 울릴 때마다 검찰개혁 지지자들이 "(조국) 수호"라고 덧붙여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큰 충돌은 없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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