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또 하나 중요한 재판이 시작됐다
입력: 2019.10.01 05:00 / 수정: 2019.10.01 07:07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환경부 리스트' 사건 첫 공판…"판사 20년 만에 처음 보는 공소장"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선고 결과에 따라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는 '환경부 리스트' 사건 재판이 드디어 시작됐다. 기소한 지 다섯달 만이다.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인사균형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장 15명 중 13명에게 사표를 받고, 6개 기관 17개 공모직 중 청와대·장관이 추천한 인물이 임명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검찰 이야기 대로라면 정권 도덕성에 적지않은 상처를 줄 사건이다. 김 전 장관, 신 전 비서관 쪽은 지목된 기관장 대부분이 실제 임기를 채웠고 역대 정권 청와대와 장관이 보유해온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였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1심 첫 공판기일에서부터 검찰의 공소장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검찰에 따르면 김은경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기관장들의 사표를 받아내거나 추천 인물이 임명되도록 '수족' 역할을 한 박천규 환경부 차관(당시 기획조정실장), 한국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장 A씨와 위원 B씨 등이 공소장에 공동정범이 아니라 피해자로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차관 등 '실행행위자'들이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라면 업무방해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은경 전 장관)이 텔레파시로 사표를 내게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이 그린에너지개발 대표이사 인사에 개입했다는 직권남용죄 혐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린에너지개발은 상법상 민간 주식회사다.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려면 이 민간회사의 대표이사 임면이 환경부 장관의 직무 범위에 속해야 한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민간회사에 대해서는 직무범위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도 있다"며 검찰에 확인을 요청했다.

데일리 텀블러 캠페인 행사가 지난 8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데일리 텀블러 캠페인 행사'가 지난 8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재판 이후 자주 거론되는 '공소장 일본주의'도 다시 등장했다. 공소장에 피고인에게 좋지않은 인상을 주기위해 혐의에 직접 관련없는 내용이 장황하게 많고 인용부호를 이용해 감정상태를 여과없이 기재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공소장 일본주의가 남용돼 조심스럽지만 공소사실 내용이 일본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며 "판사생활 20년 했지만 이렇게 대화내용이 상세히 나오는 공소장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이 특정 인물을 국립생물자원관 간부로 전보하도록 공무원들에게 기안을 지시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한 것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사권자인데 전보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는지 따지지 않고 공무원에게 기안하도록 한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기소했다"라며 "(전보행위가) 범죄라면 그 자체로 기소해야지 기안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재판부는 검찰 쪽에 10월21일까지 이같은 의문을 석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과 변호인 쪽 모두 별다른 언급 없이 재판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비서관은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다. 대신 엘케이비엔파트너스,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 10명이 자리잡았다. 두 사람은 10월29일 열리는 2차 공판기일 이후 잡힐 정식 공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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