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언급…'사법농단' 공판서 홍승면 부장판사 증언[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013~2017년 '양승태 사법부'에서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대법관 1명당 3명의 '전속조' 재판연구관이 자신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사건을 연구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밖에 '공동조' 재판연구관은 민사조, 형사조로 나뉘어 모든 대법관을 위해 일한다. 총 100명을 넘는 이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이다.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정책실에서 분리 독립된 조직으로 주요 재판 현안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이 자리를 두루 거친 홍승면 부장판사의 양승태 대법원에서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속행 공판에는 홍승면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2013년 9월 이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구내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서를 내려하는데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했다. 평소 재판 문제를 거론하지 않던 임 실장이었던데다 '절차적 만족감'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이 외교부와 소통하고 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또 임종헌 실장은 "판결이 이대로(강제징용 피해자 승소로) 확정되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갈 수도 있으니 우리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박찬익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이 작성한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문건이 황진구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됐다.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이 재판연구관실에 전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재판 독립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기시 되는 일이다.
임 실장이 말을 꺼낸 때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주심 대법관도 결정이 되지않은 상황이었다. 주심이 지정되면 전속조 재판연구관이 연구하면 된다. 그것도 기다릴 틈이 없었던 셈이다. 홍 판사는 검찰의 신문에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며 "재판연구관 재직 중 이 사건 이외에 주심 대법관이 정해지기 전에 사건 검토를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홍 판사는 2014년 6월2일 임종헌 실장의 요청으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한 '진도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사건번호도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국가가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낸 게 뼈대다.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과 비슷했다. 당시는 이 사건 재상고이유서가 제출된 직후였다.
재상고 사건 주심으로 지정된 김용덕 대법관이 '공동조' 재판연구관에게 사건 검토를 지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작성된 '강제징용 간이 검토' 문건에는 '일본국이나 일본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남은 숙제'라고 적혔다.
홍 판사는 또 2015년 이모 재판연구관이 강제징용 사건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 '파기환송 가능성'이 있으니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한 과거 판결을 인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측은 "파기 가능성을 당시 대법관들에게서 알았느냐"고 신문했으나 홍 판사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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