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법정 선 정한근…"혐의 모두 인정"
입력: 2019.09.25 17:54 / 수정: 2019.09.25 17:54
해외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6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해외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6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25일 첫 공판 "횡령 피해 회복 참작해달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54) 씨가 해외도피 21년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기소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국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정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섰다. 짧은 수염과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채 담담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씨는 "변호인에게 일임한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정씨 측은 정씨의 범행이 회사를 위한 것이었고 직접 주도하지 않은 점, 횡령 피해가 사실상 거의 회복된 점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관여를 부인하는 건 아니나 회사는 아버지 정태수 회장이 운영했고 피고인은 아버지 지시 하에 움직였다"며 "횡령 등 돈의 처분은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정 회장과 그의 지시를 받는 다른 이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버지의 듯을 거스를 수 없어 사실상 (범행을) 승인한 데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횡령금은 피고인 개인을 위해 쓰려던 것이 아니었다. 상당 금액이 유상 증자 형식으로 회사로 다시 들어갔다"며 "과정이 어찌 됐든 회사로 돈이 들어갔으니 결과적으로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기소된 외국환관리법 위반은 아직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아 추후 기일에서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범행을 주도한 공범이 있다고 해도 실질적 이해관계인은 피고인이었다. 국세청이 힘들게 주식을 압류해 추심했으니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 돈을 사용하고자 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1997년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당시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한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 주식 27.5%의 일부를 러시아의 시단코회사에 5790만 달러에 매도했다. 그러나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하고 남은 3270만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환율에 따르면 약 323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는 1998년 6월 검찰 조사를 마지막으로 도주했다. 같은해 7월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으나 소재불명으로 구속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2008년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려고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정씨는 21년 잠적 끝에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지난 6월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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