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검찰 "삼바, 유례없는 증거인멸…무책임하다"
  • 송주원 기자
  • 입력: 2019.09.26 00:00 / 수정: 2019.09.26 00:00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임직원 8명의 정식 재판절차가 시작됐다. 사진은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2018년 인천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로비. /이선화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임직원 8명의 정식 재판절차가 시작됐다. 사진은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2018년 인천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로비. /이선화 기자

삼성 임직원 8명 첫 재판…피고인 측 "분식회계 아니다"[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모회사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회계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티스 임직원 8명의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분식회계 정황을 감추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삼성바이오 측은 분식회계 논란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소병석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로직스·에티스 임직원 8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이 열린 법정은 약 100개의 방청석이 마련된 중법정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8명인 만큼 인파가 몰려 어수선했다.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 8명은 모두 수의를 입고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첫 재판에서는 검찰 측 모두진술이 진행됐는데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 해설에만 2시간을 넘겼다.

검찰 측 모두진술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장 이모 씨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 중인 양모 씨 등 8명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을 예고하자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은닉했다.

금감원은 2018년 5월 1일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 결과를 밝히며 검찰에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삼성 측은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후 관련 자료를 인멸‧은닉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티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재경팀이 텅텅 비어 있었다. 다른 컴퓨터를 조사하니 재경팀에 있어야 할 자료가 한 신입사원 컴퓨터에 일괄 저장돼 있었다"며 "또 다른 자료는 삼성바이오공장 바닥에 묻혀 있는 등 사법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증거인멸과 은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 비율로 합병했는데 삼성물산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가 3배 이상 높게 평가되면서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높이 평가된 주된 이유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미래 음식 사업 가치가 고평가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제일모직이 합병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계열사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핵심 과제였다고 본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본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1월 대기업 총수들과 티타임을 갖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들어서는 모습. /임세준 기자검찰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본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1월 대기업 총수들과 티타임을 갖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들어서는 모습. /임세준 기자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는 인정하지만, 애초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분식회계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면 형법에서 규정하는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또는 은닉했을 때 해당 혐의로 처벌된다.

변호인은 "이 사건 전제는 부당한 합병을 가리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자료를 폐기했다는 것인데, 로직스가 상장 기업이 되면서 제일모직 주가가 오르는 등 회계상 변화가 있었던 건 이미 합병된 후"라며 "검찰의 의심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려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 2015년 9월 1일 이전에 회계 변화가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주장처럼 부당한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보태려 분식회계를 했다는 건 서사상 맞지 않고 이를 감추려 자료를 없앤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회계부정을 판단하는 금감원에서 2년 가까이 정밀 감리 끝에 검찰 고발까지 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기인지 아닌지 판단할 자료를 일체 삭제하고 분식회계가 아니면 정당하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검찰은 같은 범행을 반복적으로 한 경우 모든 범행을 하나로 묶어 처벌하는 포괄일죄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검토를 마치지 못해 추후 재판에서 변경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추후 재판은 10월 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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