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구글 타임라인에 꼬이는 '드루킹의 시간'
입력: 2019.09.20 05:00 / 수정: 2019.09.21 09:50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항소심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항소심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지사 항소심 공판서 킹크랩 시연회 증언 번복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항소심이 시작되자 '구글 타임라인' 카드를 꺼냈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11월9일 김경수 지사가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서 열린 댓글조작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후 이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구글 타임라인이 오락가락하던 11월9일 당일 시간표의 기준이 됐다. 수행비서 김모 씨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타임라인에 따르면 김 지사는 그날 경공모 사무실인 '산채'에 오후 7시에 도착해 오후 9시14분에 출발했다.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특검은 이 구글 타임라인 증거채택에 동의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이 타임라인은 실제 시간과 3~6분 정도 차이가 나지만 증거로 인정하되 시간 오차를 감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때문인지 김경수 지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드루킹 김동원 씨가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고 주장하는 11월9일의 정확한 시간을 따지는 신문에 몰두했다. 김 씨는 변호인의 신문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몇가지 모순된 증언을 했다.

김동원 씨의 이날 법정 증언에 따르면 11월9일의 시간표는 이렇다. 오후 6시, 김경수 지사가 산채에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지만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오후 6시30분, 김동원씨와 경공모 회원들이 사갖고 온 닭갈비로 먼저 저녁식사를 했다. 오후 6시50분 쯤 김 지사가 도착했고 김동원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곧바로 2층 강의실에서 1시간 동안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다. 그뒤 김 지사, 김씨, 킹크랩 개발자인 우모씨만 참여해 20~30분 정도 문제의 '킹크랩 시연회'를 했고 김 지사는 끝나자 5~10분 뒤 산채를 떠났다.

그렇다면 특검이 지적한 구글 타임라인의 3~6분 오차를 감안해도 30분가량이 시간이 비는 결과가 나온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8시반 쯤 떠났다고 했지만 구글 타임라인상 김 지사의 출발시간은 9시14분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 쪽은 당일 킹크랩 시연을 했다고 주장하는 '둘리' 우모 씨의 스마트폰 네이버 로그기록이 8시17~23분이기 때문에 이에 시간을 맞추다가 모순에 빠진 것으로 본다.

반면 김 지사는 오후 7시에 도착해 함께 1시간가량 닭갈비로 저녁을 먹었고 1시간 정도 브리핑을 들은 뒤 늦게 온 경공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9시14분 산채를 떠났다고 주장한다.

댓글조작 의혹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가 2018년 8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임영무 기자
댓글조작 의혹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가 2018년 8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임영무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와 경공모 회원들은 특히 저녁식사를 놓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구속된 경공모 회원들은 수사 초기 김경수 지사와 11월9일 저녁을 같이 먹었다고 진술했다. 김경수 지사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김동원 씨에게 "경찰 조사 초반에는 당일 식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왔다갔다 하다가 특검 피의자신문 5회 때 다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수사기관이 그날 저녁 사온 닭갈비 영수증을 보여주자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만약 김 지사와 경공모 회원들이 7시 이후 저녁을 함께 먹은 게 사실이라면 킹크랩 시연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드루킹은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모 씨에게 11월9일 김경수 지사에게 보여줄 시연회 준비를 지시한 시기도 번복했다. 김동원 씨는 변호인의 신문에 "준비 기간도 있어야 하니까 김 의원(김경수 지사) 오기 일주일 전쯤 이야기한 걸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이 "1심에서는 2~3일 전이라고 증언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자 "헷갈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지난 공판에 증인 출석한 '둘리' 우씨는 김동원 씨에게 시연회를 지시받은 시기를 모름→당일→며칠전→일주일로 계속 바꾸고 있다.

김동원 씨는 이날 종종 격앙된 모습을 보여 재판부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특히 2018년 3월21일 경찰이 '산채'를 압수수색하면서 자신의 휴대폰 텔레그램 기록을 지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2016년 9~11월 김경수 지사와의 대화 내용을 지워 재판에서 불필요한 시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을 시작하기 전에는 재판부에 "1심 때 두 번이나 나와서 밤 11시까지 증언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 증인을 부를 때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데 다시 나왔다"며 "그만큼 (김경수 지사의) 방어권이 보장됐으니 피고인 변호사가 내 발언을 끊거나 견제하는 걸 자제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경수 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킹크랩 시연을 본적은 결코 없다. 더군다나 한 두 번 본 사람들(당시 11월9일 두번째 방문)과 불법을 공모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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