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앙골라에서 입국한 루렌도 가족. /송주원 기자 |
서울고법에 신청서 제출…불허·패소 시 헌재에 직접 청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앙골라에서 경찰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와 난민 신청을 한 루렌도 은쿠카(Lulendo Nkuka) 가족 측 변호인이 법원에 난민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2013년 난민법 시행 이래 출입국 난민심사 조항이 위헌심판 신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렌도 가족 측은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할 경우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루렌도 가족 측 변호인 이주연·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1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달 22일 서울고등법원에 난민법 제6조 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위헌법률심판이란 특정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사법기관에서 심사하는 절차다. 법원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헌재에 제청하면 해당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정지된다.
루렌도 가족 측 변호인단이 문제를 제기한 제6조 5항은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것으로 난민심사에 필요한 세부 절차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대부분 난민 신청자들이 위급한 상황 속에서 도망쳤다는 배경을 고려할 때 해당 법률만으로 한국 난민심사에 대한 공정한 정보를 얻기에 부족하다. 이는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 규정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취지다.
루렌도 가족도 지난 1월 난민인정심사를 앞두고 난민신청서에 쓰인 문항 대부분을 공란으로 제출했다.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이라고만 규정한 해당 법률에 비해 난민신청서 내 질문은 80여개에 달했다. 루렌도 가족의 모국어는 프랑스어지만 서류는 포르투갈어로 적혀 있었고 포르투갈어 통역사가 제공됐다. 질문 내용도 앙골라 현지에서의 근무 정보 등 기억을 더듬어야 정확히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면접 역시 진술의 신빙성보다는 박해가 발생한 날짜와 시간대 등 세부적인 사항을 집중적으로 심사했다.
이상현 변호사는 "난민법 제6조 5항은 난민심사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시행령으로만 포괄 위임한다"며 "출입국난민심사제도에 관한 위헌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서울고등법원에서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루렌도 가족의 재판은 즉지 정지되고 이에 따라 27일 선고기일 역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과함께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7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루렌도 가족 입국과 난민심사 보장 촉구 난민연대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변호인단에 따르면 루렌도 가족의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1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아직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선고기일에서 이를 불허하고 원고 측 청구까지 기각할 경우 변호인단은 헌재에 헌법소원을 직접 청구할 예정이다.
이주언 변호사는 "재판부는 27일 선고기일에서 제청에 대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판부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과 원고 측 청구까지 기각하면 면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변호인단이 직접 헌법소원을 헌재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르면 법률의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도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콩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문과 성폭행 등에 시달린 루렌도 일가족 6명은 1월 한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다. 당시 법무부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루렌도 부부는 4남매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라운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노숙 중이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은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지만 4월 25일 패소하고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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