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조국 장관에 법조계 양분...'개혁 첫걸음' vs '선전포고'
입력: 2019.09.10 05:00 / 수정: 2019.09.10 05:00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장관 가족 수사 공정성 우려"..."검찰이 장관 뽑는 선례 막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청와대가 9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사모펀드 논란과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장관이 되기까지 길이 유난히 험난했던 조 장관이었다. 법조계는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와 수사대상을 장관 자리에 앉힌 무리한 인사라는 싸늘한 반응으로 양분됐다.

◆가족이 수사받는 장관수사 신뢰 힘들어

조 장관이 임명된 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고형곤 부장검사)은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사 대표에 각각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6일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관 가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현재진행형이고 국민 신뢰 역시 상실했는데도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한마디로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안도 추후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다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장관 주변 인물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안도 민·형사상 소송으로 번질 여지가 많다"며 "법무부 수장 일가를 두고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 역시 "검찰 수사대상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데 솔직히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검찰 수사가 공정히 이뤄질지 우려되지만, 임명된 이상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해 논란을 종식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소환없이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이 정 교수의 소환에 대비해 취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소환없이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이 정 교수의 소환에 대비해 취재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임명은 '정치검찰' 벗어날 검찰개혁 첫걸음"

반대로 대규모 압수수색, 소환조사 없는 배우자 기소 등 이례적 검찰 수사가 조 장관 임명에 정당성을 높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남용해 정치권에 영향을 주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일각에서 나오는 '검찰 수사대상의 장관행'이라는 지적에 "애초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매우 이례적이며, 형평성에 맞지 않아 '정치검찰'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국회의원 채용비리나 예산사기, 국회난동 등 한국사회 속 '기득권 카르텔'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매우 부진하다. 이에 반해 조 장관에 대한 고강도 수사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조 장관이 검찰 개혁카드를 쥔 핵심인사니 임기 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윈회 위원을 지낸 김용민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기소된 상황인 만큼 수사 공정성이 지켜질지 우려되지만, 이 때문에 임명을 철회한다면 그야말로 검찰권이 모든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반증"이라며 "수사에 들어갔거나 기소된 주변인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 장관을 낙마시켰다면 사실상 검찰이 장관을 고르는 최악의 권력 남용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 역시 "수많은 리스크를 안은 조 장관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은 곧 검찰개혁 의지를 상징한다"며 "조 후보자가 연이은 논란 속에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은만큼, 한국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 신뢰도 없는데" vs "선진적 행보 보여주길"

조 장관은 학자 시절부터 각 분야의 법리적 쟁점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보도자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차별금지법의 단계적 제정 ▲사형제 존속 여부 ▲동성혼 법제화 ▲'고의적 가짜뉴스' 처벌 강화에 대해 장관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일련의 논란으로 대국민 신뢰를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법안의 적절성과 관계없이 조 장관의 정책 시행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삼현 교수는 "입법이란 대국민 지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미 장관 임명 전부터 국민 지지도가 하락한 조 장관이 아무리 훌륭한 법안이라도 제대로 밀어불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김태훈 상임대표 역시 "장관에 대한 신뢰성이 낮은데 사법개혁 추진력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임 법무부 장관에 거는 기대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힘있는 주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오길 기다렸는데 아쉬웠다"면서도 "(조 장관이)인권을 공부하는 학자였던만큼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혼 법제화처럼 세계적 추세에 따를 수 있는 선진적 법안을 법무부 차원에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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