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김경수 스모킹건' 킹크랩 개발자의 엇갈린 기억
입력: 2019.09.06 05:00 / 수정: 2019.09.06 22:07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8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연회 당일 기억 오락가락…더 예전 일은 자세하게 증언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유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둘리' 우모씨의 증언이 의문을 낳고있다. 우씨는 댓글을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개발자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킹크랩' 개발을 승인했다는 2016년 11월9일 시연회의 유일한 목격자다.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경수 지사의 10차 공판에서 우씨는 2016년 9월28일과 11월9일의 기억을 증언했다. 모두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김경수 지사가 경제적진공화모임(경공모)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한 날이다.

우씨는 9월28일 자신이 저녁을 준비해 김 지사, 경공모 회원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특검의 신문에서 "2층 식당에 뒤쪽 창문 가까이 환기장치가 있고 거기서 숯불고기를 구웠는데, 연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랩을 씌워서 숯불을 피웠다. 구워서 테이블마다 나눠줬다"며 "식사 후엔 설거지 등 뒷정리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는 11월9일 저녁 식사에 대한 기억은 오락가락했다. 우씨는 애초 특검 조사에서는 그날 김 지사 등과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했다가 1심 증인으로 나와서는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이날도 김경수 지사 측 변호인에 신문에 "(9일) 저녁은 안 먹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거듭 답했다.

11월9일 저녁 식사 문제는 당시 현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단서로 꼽힌다.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나온 정황을 종합하면 김 지사는 당시 오후 7시쯤 도착해 9시 약간 넘어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에는 드루킹 측과 김 지사 측 모두 인정하듯 경공모 회원들과 간담회가 1시간가량 진행됐다. 또 김경수 지사 측은 경공모 회원들이 사온 닭갈비로 1시간가량 함께 식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시연회'가 열린 시간은 당시 킹크랩이 구동된 로그기록상 17분 정도로 추정된다. 만약 저녁식사를 했다면 시연회를 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김경수-드루킹의 댓글조작 공모의 결정적 근거인 시연회의 실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우씨는 그동안 "숯불고기를 먹은 날과 착각해 11월9일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했다가 바로잡은 것"이라고 밝혀왔다.

시연회 당일 기억 오락가락…더 예전 일은 자세하게 증언[더팩트ㅣ남용희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 씨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시연회 당일 기억 오락가락…더 예전 일은 자세하게 증언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 씨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씨는 2016년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의 지시로 김 지사를 상대로 한 '킹크랩' 시연회를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판에서도 시연회를 위해 만든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11월7일 새벽 완성한 뒤 경공모 동료인 양모씨, 박모씨에게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김경수 지사 변호인이 "두사람은 킹크랩을 보지않았거나 그때 봤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하자 "그들이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정작 개발을 지시한 '조직의 보스'인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는 "시연회 날 점심 때 보여줬던 것 같다. 그 전에도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기억이 흐린 모습을 보였다.

우씨는 이날 새로운 증언도 내놨다. 뒤늦게 합류해 우씨와 함께 캥크랩을 개발한 '트렐로' 강모 씨에 대한 것이다. 우씨는 "애초 2017년 대선 전까지 킹크랩을 개발하기로 했으나 김동원 씨가 개발 일정을 앞당기면서 강씨가 합류했다"며 "일정을 당기지 않았으면 나 혼자 개발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강씨는 이전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10월초 쯤 김동원 씨에게 합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킹크랩 개발은 김경수 지사가 개발을 지시했다는 11월9일 시연회와 관계없이 진행됐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재판부도 이날 시연회 당시 상황에 관심을 보였다. 우씨는 재판부의 직접신문에 시연회 동안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자신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기존 증언을 유지했다. 다만 김동원씨가 "(킹크랩을) 개발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시연의 의미나 개발일정 같은 것도 설명하지 않았느냐. (우씨는) 개발자인데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우씨는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다음 공판은 9월 19일 오후 1시30분 열린다. 드루킹 김동원 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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