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대법 강제징용 판결, 영구 무산될 뻔했다
  • 장우성 기자
  • 입력: 2019.09.05 05:00 / 수정: 2019.09.05 05:00
유명환(오른쪽) 한국측 회장이 2015년 8월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일본국제교류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제23차 한일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유명환(오른쪽) 한국측 회장이 2015년 8월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일본국제교류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제23차 한일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사법농단 재판서 증언[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7~2008년 주일본 대사를 지냈다. 그는 일본전범기업의 국내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면서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이나 전범기업의 승소를 위해 외교부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재판 내내 검찰의 신문에 "그럴 수는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듣기는 했지만 인식에는 없었다"는 등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검찰의 집요한 신문에 두가지 사실은 인정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공판에는 유명환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2013년 서울에서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고문인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를 만났을 때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제의를 받았느냐는 검찰의 신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무토 전 대사는 지한파로 알려져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혐한서적을 쓰기도 한 인물이다.

검찰은 재판 도중 "유 전 장관이 정당한 이유없이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이 2015년 한국과 일본 정치원로들의 모임인 '한일현인회의'에서 한 자신의 발언도 확인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증언 거부로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이의를 기각했다.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은 지난 7월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은 지난 7월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남용희 기자

그러나 유 전 장관은 고 현홍주(전 주미대사),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으로 넘어온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사법자제 원칙으로 판결을 영구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호 변호사는 김앤장의 강제징용 사건 송무를 총괄했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해 서울고등법원이 피해자당 1억원 지급 판결을 내렸으나,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에 넘어와 있었다. 검찰은 당시 파기환송 판결이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내려져 재상고심에서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겨야 전범기업이 승소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대법원과 외교부, 청와대의 공감대였다고 본다.

유 전 장관은 또 김앤장 변호사들의 회의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내에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프로젝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 전범기업의 승소를 꾀하거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양승태 원장의 임기 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 이유로는 "김앤장이 당시 대법원에 여러 채널을 가져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었고 대법원장이 바뀌면 채널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장관은 서울대 동기로 평소 절친한 사이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는 강제징용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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