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궂은 날씨에 진행 미숙…고려대 촛불 '용두사미'
입력: 2019.08.30 21:54 / 수정: 2019.08.30 21:54
고려대 학생들이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고려대 학생들이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100명 참석…"학교 측, 진상규명 요구에 묵묵부답"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고려대 2차 촛불집회가 열렸으나 처음 주최를 맡은 총학생회의 미흡한 진행에 '용두사미'로 끝났다. 궂은 날씨에 참가인원도 1차 집회에 비해 1/5 수준으로 줄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30일 오후 6시 "입시비리 의혹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고대인의 함성" 집회를 열었다. 앞서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공정한 사회를 염원하는 고대인의 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향후 집회 초점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있다. 학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부정입학 여부를 조속히 판단하라"고 밝혔다.

23일 재학생으로 구성된 집행부 주최로 열렸던 1차 집회는 예상보다 많은 약 5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반면 이날 집회는 소나기 등 때문에 100명이 채 안되는 인원이 참석했다.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집회는 별도 공지없이 오후 6시 4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첫 집회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학생들의 열기는 1차 집회와 비슷했다. 지난 집회와 달리 실제 촛불을 든 학생들은 "함성소리 왜곡하는 진영논리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비에 젖어 축축한 잔디밭에 모여 앉았다. 총학생회 측 사회자가 구호를 외쳐달라고 할 때마다 우렁차게 소리쳤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조씨의 의혹을 해명하라는 입장을 전하고, 이번 주 수요일까지 답변을 달라했으나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학생들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명명백백히 진상을 밝혀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규정에 따라 입학취소 조치하라"고 말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공식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조씨의 입학 심사과정과 문제의 논문이 합격에 영향을 끼쳤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규정에 따라 5년 전 입학 자료를 폐기했다면 문서보관실, 데이터베이스 조사에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본관 정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고려대 학생들이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본관 정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김 회장의 발언이 끝난 후 학생들은 중앙광장을 돌아 인재발굴처가 위치한 본관 입구에 60여 장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입시 자료 폐기됐다 변명말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라", "진실을 꼭 밝혀달라. '자·정·진'(자유, 정의, 진리)의 가치가 지켜지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생들이 중앙광장으로 복귀한 후 집회 2부가 이어졌다. 집회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 록밴드 퀸(Queen)의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을 틀었지만 스피커 성능이 좋지 않아 넓은 잔디밭을 울리지 못했다. 집회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자 한 재학생은 자유 발언을 자처해 "내 꿈을 내가 실현하기 위해 피터지게 공부한 우리와 조씨의 삶의 무게는 다를 것"이라며 "지난 집회와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편법과 부정에 짓눌려 가만히 좌시하지 말고 목소리를 높이자"고 열변을 토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후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총학 관계자들이 앞에 나서지 않자 집회 참석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궂은 날씨에 미흡한 집회 진행으로 화가 난 학생들은 결국 "총학생회는 사퇴하라", "우리의 대표란 총학생회가 이럴 수 있냐"고 반발했다. 총학 관계자는 뒤늦게 나와 "집회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노력하겠다"면서 "집회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돼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집회는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한편 고려대 학생들은 서울대에서 2차 촛불집회가 있었던 28일 기존 집행부 주최로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집행부는 '고파스'(고려대 커뮤니티)에 "학우들의 의견과 총학생회 입장을 존중해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28일 집회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0일 오후에 총학생회 주최로 열겠다"고 밝혔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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