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에 '욕설·미소' 엇갈렸다
입력: 2019.08.29 18:01 / 수정: 2019.08.29 18:01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일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일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인근 찬반집회…친박 시민들 육두문자도

[더팩트ㅣ서초구=송주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사태' 최종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 인근에서 찬반집회가 열렸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소식이 들리자 친박단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반면, 오전부터 톨게이트 수납원의 승소를 지켜본 노동단체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우리공화당 등 친박 정당 및 단체들은 29일 오전 10시경부터 대법원이 위치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부근에서 박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역시 대법원 맞은 편에 모여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 확정과 구속을 촉구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제141차 태극기집회이기도 한 이날 집회에는 1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와 석방운동본부 등 친박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함께였다. 서초역 내에는 "4번 출구로 나가시면 된다"며 집회 참석자 및 방문객 안내를 맡은 지지자도 있었다.

지지자들은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애초 잘못된 결정이었으며, 기소된 혐의 역시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현장에서 우비를 팔던 한 지지자는 "어느 단체 소속도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 여기에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무죄다. 오늘 대법원 선고도 무죄로 뒤집힐 것"이라고 확언했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새벽부터 상경했다는 지지자는 "'사기 탄핵'을 자행한 똑똑하다는 법조인들이 뭘 제대로 하겠냐"며 "(대법원 선고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이 부회장의 유죄 및 구속을 촉구하는 민중공동행동,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0여 명이 집결했다.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조끼를 입은 이들은 선고 시각이 가까워지자 야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추가될 분위기로 흘러가자 미리 박수를 치며 자축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승소가 확정된 만큼 들뜬 분위기였다.

이상규 민중공동행동 대표(가운데)와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정농단 사태 대법원 선고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송주원 기자
이상규 민중공동행동 대표(가운데)와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정농단 사태' 대법원 선고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송주원 기자

오후 2시 20분을 조금 넘긴 시각 대법원은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말 3마리' 뇌물 인정 여부가 관건이었던 이 부회장·최씨의 원심판결 역시 파기환송했다.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를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야 한다. 또 삼성이 최씨에게 제공한 34억 상당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트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도 뇌물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 부회장의 혐의는 더 무거워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태극기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판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들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대법원 파기환송은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술수를 부리는 썩어빠진 X들"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지지자들은 '○○'라며 짧은 욕설을 내뱉거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허탈해 했다. 실형을 선고한 2심 선고를 뒤집을 기회가 생겼다며 서로를 북돋는 이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지지자는 "탄핵부터 2심 판결까지 모두 말도 안된다. 다시 재판을 받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바로 옆 민주노총 등의 집회 현장을 지키던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폭우로 카메라 렌즈가 지저분해진 취재진에게 "그냥 가져가라. 오늘처럼 좋은 날이 또 어딨냐"며 안경닦이를 건넸다. 또 "오늘따라 대법원장님이 정말 좋다"고 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등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날 대법원 선고가 끝난 후 친박 단체는 강남역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상식, 정의와 공정의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정농단 사태' 선고는 국민적 관심이 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유튜브 등 생중계가 허가됐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세 사람은 대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일한 불구속 상태인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핵심 임원진과 외부 모처에서 선고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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