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재용 파기환송에 정형식 재조명
입력: 2019.08.30 05:00 / 수정: 2019.08.30 11: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지난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지난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2심 판사로 집유 판결…대법 선고 불똥 삼바 ·롯데까지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세 사람의 2심 재판 일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선고했다. 특히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 세마리 값을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 대법원 결정은 사실상 이 부회장의 2심 판단의 일부가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심리한 재판부의 주심판사인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사법연수원 17기)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부장판사였던 정 법원장은 2018년 2월 14일 서울회생법원의 두 번째 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부회장 선고 후 10일 만이다.

정 법원장이 주심판사로 있었던 서울고법 형사13부는 2018년 2월 5일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부분을 무죄로 봤다. 당시 "기업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요구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역시 1심이 인정한 삼성의 포괄적 승계작업에 대한 청탁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단과 반대다.

마필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말 세마리 등을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선고 직후에도 논란이 됐다. 6개월 여 뒤 대법이 다시 말 세마리 등을 뇌물로 인정하자, 당시 재판부만 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선고를 내렸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를 제외한 이 부회장의 1심 법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1·2심 재판부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 법원장은 서울회생법원에 취임하면서 "이 부회장 (항소심) 사건은 신중히 검토해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양형문제가 아닌 법리를 다루는 재판인 만큼 법리가 맞다면 상고가 기각될 것이고, 잘못됐다면 파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7기인 정 법원장은 이 부회장 사건뿐 아니라 한명숙 국무총리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을 처리해 주목받았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종사촌 매형이기도 한 정 법원장은 201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2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2년형이 확정된 한 전 총리는 2015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이 땅의 사법정의는 죽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법원장은 2013년에는 유신정권 때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교육감(당시 성공회대 교수)의 재심에서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6월 5일 특허청과 함께 파산기업의 지식재산권(IP) 활용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6월 5일 특허청과 함께 파산기업의 지식재산권(IP) 활용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재용 형량 높아질까?...삼바 수사 새 국면

정형식 법원장의 이름이 오랜만에 회자될 만큼 이날 선고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 대법원이 이날 삼성에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 환송심 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상고심 선고 직후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2016년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관련 수사를, 2017년부터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공소유지를 각각 지휘했다.

박영수 특별검사 역시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이 삼성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삼성이 최순실 측에 준 말 3필을 뇌물이라고 판단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집합적인 요구에 따라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수사하게 된 초유의 일이었다. 수사 착수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장애와 고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

이날 대법원이 삼성의 승계작업을 인정함에 따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의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이날 대법원의 선고는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가 된 셈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두 차례 연속으로 기각하면서 해당 수사에 중대한 고비를 맞는듯 했으나,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검찰의 수사다 다시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측은 일관되게 승계작업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이성락 기자

◆집유 풀려난 신동빈 롯데회장도 긴장

이번 대법원 선고의 불똥은 삼바 수사 뿐 아니라 롯데까지 튈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과 같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청탁한 대가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줬다는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날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부정청탁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는 등 '정경유착'에 단호한 결론을 내리면서 신 회장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특히 대법은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부정청탁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특가법상 뇌물혐의와 직권남용, 강요혐의를 분리해 다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요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의 심리여부가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 역시 1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혜 4년으로 풀려났다. 2심은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강요에 의한 수동적 공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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